[07월 15일(17:02) '모바일한경'에 게재된 기사입니다]모바일한경 기사 더보기 ▶
(공태윤 산업부 기자) "블라인드 채용 때문에 서류전형도 쉽지 않고, 코로나로 고사장 빌리기도 어렵고..."
사석에서 들은 한 시중은행 A 인사팀장의 고민입니다. 블라인드 채용으로 지원자의 학력,연령,성별 등을 알 수도 없는 깜깜이 채용을 해야 하는데, 코로나19까지 겹쳐 시험 운영을 하는 채용팀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앞뒤가 꽉 막혔다는 하소연입니다.
국내 주요 은행들은 2017년 하반기부터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했습니다. 은행권 채용비리가 불거지면서 은행연합회는 블라인드 채용과 함께 필기시험, 면접위원 절반을 외부 업체가 개입토록 권고 했습니다. 함께 일할 직원을 직접 뽑지 못하고 외부에서 뽑도록 한 것이지요.
이 때문에 은행 현업부서에서는 블라인드 채용 이전보다 역량이 부족한 사람들이 들어와 불만이 높다고 합니다. 한 시중은행장은 "블라인드 채용이지만 우수 인재들을 뽑을 수 있도록 채용전형을 치밀하게 짤 것"을 인사팀에 직접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보통 은행들은 매년 하반기 대규모 공채를 합니다. 국민 신한 우리 하나 기업 농협은행 등 여섯곳이 뽑는 인원은 2000명 안팎입니다. 은행들의 복지제도가 좋고 연봉이 높기 때문에 대학생들은 입사를 선호하고 있습니다. 은행 한곳당 지원자는 최대 1만~1만7000명까지 달합니다. 필기시험은 10월 중·하순입니다.
A 인사팀장은 "그때까지 코로나가 종식되지는 않을 것이고, 학교들이 고사장을 빌려주지 않을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이 은행은 올 상반기 수시채용을 통해 IT인력을 채용했습니다. 원서접수, 필기시험은 온라인으로, 면접은 오프라인으로 진행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지난해 하반기 이 은행에는 1만명 넘게 지원자가 몰렸고 시험 응시자는 8000명에 달했습니다. A 인사팀장은 "수천명이 시험을 칠 고사장 마련도 힘들지만, 자칫 코로나19 감염자가 나오면 큰 일이기 때문에 아직 채용계획을 세우지도 못하고 있다"고 털어놨습니다.
카카오뱅크, 네이버파이낸셜 등의 영향으로 시중은행들은 위기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시중은행들은 시스템을 담당할 IT직원을 뽑지만 전직원이 디지털로 무장하기 위해 교육을 별도로 받고 있습니다. 심지어 인사부장도 코딩교육을 받을 정도입니다.
또한, 주52시간제 도입으로 은행 본사는 오전9시에 PC가 켜지고, 오후6시에 꺼집니다. 이때문에 직원들은 9시에 거의 맞춰 출근을 하고 야근을 위해선 별도로 승인을 받아야 하기에 야근을 거의 안하는 분위기랍니다. 하지만, A인사팀장은 "야근 초과근무를 하게 되면 강제로 하루를 쉬어야 한다"며 "쉬고나서 출근하면 일이 밀려있어 또 야근을 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어려움도 토로했습니다. (끝) /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