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스(MICE: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회) 업계가 ‘백척간두’ 의 위기에 놓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시장규모 연 6조원의 K마이스가 멈춰선 게 벌써 6개월째다. 한 해의 절반이 속절없이 날아가 버렸다. 문제는 좀처럼 위기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시계제로’의 위기가 계속되면서 우려했던 ‘9월 파산·실업대란설(說)’이 현실로 닥치고 있다. 위기를 벗어날 방법은 없을까. 마이스 분야 5개 업종(한국마이스협회·한국PCO협회·한국전시주최자협회·한국전시디자인설치협회·한국전시서비스협회)별 단체장의 해법을 들어봤다.위드(with) 코로나 대책 세워야“포스트(post)에 앞서 ‘위드(with)’ 코로나 대책부터 마련해야 한다.”
업계 대표들은 비즈니스 목적의 전시·컨벤션 재개를 최우선 ‘위드 코로나 대책’으로 꼽았다. 코로나 사태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손놓고 기다릴 수만 없다는 이유에서다. 지금까지는 융자지원, 고용유지지원금 등 정부·지자체의 현금성 지원으로 버텼지만 장기대책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코로나 확산이 본격화한 올 2월부터 마이스 업계는 개점휴업에 들어갔다. 짧게는 반년, 길게는 2~3년을 준비해 온 행사들이 줄줄이 연기·취소됐다. 석재민 한국PCO(국제회의기획사)협회 회장은 “기업회의와 전시·컨벤션 등은 재미와 흥미를 위한 집단행사가 아닌, 기업활동에 필요한 비즈니스 이벤트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나마 지난 5월 방역당국의 생활방역 전환 결정과 함께 행사는 재개되기 시작했다. 전시·박람회에서 시작된 재개 시도가 컨벤션으로 확대되면서 이달 들어서는 제주와 경주에서 학술대회도 열렸다. 조민제 한국전시주최자협회 회장은 “그동안 정부·지자체, 공공기관이 선제적으로 행사를 취소하면서 불안심리를 키운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조 회장은 내수 활성화와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이젠 철저한 방역을 전제로 전시·컨벤션 행사를 재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방역도 마이스 필수 인프라”마이스 인프라 범위를 방역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방역의 1차적인 책임은 시설 운영사와 주최자 등이 져야 하지만 방역 효율성과 신뢰도를 높이려면 표준화와 시스템화가 필요하다는 것. 양은석 한국전시디자인설치협회 회장은 “앞으로 언제든 제2, 제3의 코로나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산업의 지속성장을 막는 리스크를 줄이려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는 최근 방역비용 지원계획을 내놨다. 행사규모가 축소돼 수입은 줄었지만 방역 등 비용부담이 늘면서 업계의 어려움이 가중된 상황을 고려한 조치다. 문화체육관광부는 5월부터 국내에서 열리는 국제회의에 대해 최대 4000만원의 방역물품 구입비를 지원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5월부터 열린 전시·박람회에 행사당 최대 500만원 한도 내에서 방역비용의 50%를 지원한다. 하지만 방역비 지원은 임시방편일 뿐 위기극복을 위한 근본 대책은 아니라는 게 업계의 입장이다.
이석재 한국전시서비스협회 회장은 “업계에서 행사 현장에 맞는 방역시스템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인력 등 여러 부문에서 한계가 있다”며 “방역시스템 구축을 마이스 인프라 확충을 위한 연구개발(R&D)로 보고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코로나 위기 대응·대비 ‘투트랙’ 전략김춘추 한국마이스협회 회장은 코로나 위기극복 전략으로 ‘투트랙’ 전략을 제시했다. 대응과 대비다. 당장의 위기상황에 맞는 신속한 ‘대응’과 함께 코로나 재확산,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현재 벌어진 상황에 대응만 하다보면 계속 끌려갈 수밖에 없다”며 “미래에 대한 대비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비대면(언택트) 열풍을 타고 등장한 하이브리드 행사 등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K마이스의 방향성 설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코로나 피해를 입은 마이스업계 지원을 위해 추진한 공공부문의 선(先)발주·계약이 실효성 없는 보여주기식 대책에 머물고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석재민 회장은 “코로나 재확산을 이유로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도 계약 체결을 미루거나 선지급한 계약금을 한 푼도 못 쓰게 막는 경우도 있다”며 “온라인 행사로 전환하면 PCO의 역할이 줄고 예산을 줄일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선우 기자 seonwoo.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