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총장 후보 유명희 평판 좋아…친미 이미지는 약점"

입력 2020-07-13 17:29
수정 2020-07-13 17:30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에 대해 "한국의 유명희 본부장은 지나치게 미국에 가까운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해외 매체 보도가 나왔다.

홍콩-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무역정책그룹의 데이비드 도드웰 전무는 12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오피니언 면에 기고한 'WTO 리더십 배틀에서 진짜 싸워야 할 대상은 글로벌 무역시스템의 마비'란 제목의 글을 통해 dl같이 주장했다.

그는 WTO 사무총장 선거 후보 8명 가운데 승산 없는 아웃사이더로 몰도바의 투도르 울리아노브스키 전 주제네바 대사와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마지아드 알투와이즈리 전 경제기획부 장관, 멕시코의 헤수스 세아데 외교부 북미외교 차관을 꼽았다. 특히 세아데 후보는 멕시코의 WTO 대사를 역임했지만, 멕시코가 미국 영향권 내에 있다는 점이 핸디캡이라고 지적했다.

필자는 영국의 리엄 폭스 전 국제통상부 장관 역시 '분명한 아웃사이더'로 분류했다. 폭스 전 장관이 과거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관련해 적절히 못한 발언들을 한 적이 있고, 복잡한 무역 사안에 대해 너무 순진하고 무신경한 태도를 가진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유명희 본부장에 대해서는 "좋은 평판을 가지고 있다"면서도 "(유 본부장이) 미국과 너무 가까운 것으로 비쳐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집트의 압델-하미드 맘두 전 WTO 서비스국 국장에 대해서는 WTO 사무총장이 되려면 '집사(butler)' 이상의 정치적 무게가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고 평가했다.

결국 나이지리아의 응고지 오콘도-이웰라 세계 백신면역연합(GAM) 이사장과 케냐의 아미나 모하메드 체육부 장관을 유력한 후보로 필자는 지목했다. 두 사람 모두 여성이다. 전자는 나이지리아 재무장관을 역임하고 세계은행에서도 일한 적이 있으며, 후자는 케냐 외무장관을 역임했고 2015년 WTO 각료급 회담을 주재한 경험도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오는 15일부터 3일간 스위스 제네바 소재 WTO 본부에서는 차기 사무총장 선출을 위한 특별 일반이사회가 열린다. 회의는 WTO 회원국의 제네바 주재 대사들이 참여한 가운데 비공개로 진행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유명희 본부장은 후보자 8명 중 가운데 5번째로 15분간 정견발표에 나선다. 이후 1시간15분가량 질의응답이 진행되고 끝으로 5분간 마무리 발언 시간을 갖게 된다.

지난 12일 출국한 유명희 본부장은 WTO 회원국 주 제네바 대사들과 미리 만나 지지를 호소하며 인지도 높이기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외교부도 고위급 협의를 통해 유명희 본부장 지원에 나섰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난 10일 압둘라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 외교장관과의 회담에서 유 본부장에 대한 지지를 당부했다. 지난 8일 열린 한-스웨덴 차관보 화상회의와 10일 열린 한-독일 외교차관 화상회의에서도 WTO 사무총장선거가 의제로 올랐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지난달 30일 한-EU 정상회담에서 유명희 본부장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문 대통령이 밀로쉬 제만 체코 대통령에게 보낸 수교 30주년 기념 서한에서도 관련 언급이 있었다.

각 재외공관을 통해서도 치열한 선거전이 이뤄질 전망이다. 특히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후보자들이 직접 해외 곳곳을 돌아다니기 쉽지 않은 탓에, 공관을 통한 선거운동이 중요해졌다는 평가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