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獨·日까지…세계 증시 시총 순위 '지각변동'

입력 2020-07-13 17:03
수정 2020-07-14 01:47
한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바이오, 배터리, 인터넷, 게임업종의 대형주 ‘빅(BBIG)7’이 전통산업 강자들의 순위를 끌어내리며 주식시장 주류로 자리잡고 있듯 주요 선진국 증시에서도 올 들어 시가총액 순위 뒤바뀜이 확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FAANG’(페이스북·애플·아마존·넷플릭스·구글) 외에 일본, 독일, 영국, 캐나다 등에서도 비대면 관련 소수 성장주로의 쏠림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코로나19가 데이터, 바이오, 2차전지, 전기차 등의 기술혁명 초입에 있던 산업을 주류로 부상시키며 글로벌 주식시장 지형도 바꿔놨다는 분석이다.

‘원자재의 나라’마저 플랫폼 기업이 1위13일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주요 선진국 증시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은 사상 최고치 수준에 근접하거나 경신했다. 각국 대표지수 기준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일본이 17.2배, 영국 15.3배, 독일 15.8배를 기록하고 있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한국 코스피지수의 12개월 선행 PER이 12배 수준인데 이들 국가의 증시 밸류에이션 팽창 속도는 더 빠르다”며 “대부분 주요 선진국 주식시장에서도 성장주 쏠림이 나타나면서 지형 변화가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형 변화가 가장 극적인 국가는 캐나다다. 코로나19 사태 전까지만 해도 캐나다에서 시총 1위는 로열뱅크오브캐나다였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전자상거래 플랫폼 구축 서비스를 제공하는 쇼피파이가 토론토증권거래소의 S&P/TSX지수에서 9계단 뛰어올라 1등 자리를 꿰찼다. 연초만 하더라도 쇼피파이의 시총은 598억캐나다달러로 로열뱅크오브캐나다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원자재 강국인 캐나다는 최근 금 가격이 뛰면서 세계 최대 금광업체 배릭골드가 시총 10위권으로 처음 진입한 것도 눈에 띈다.

영국에서는 제약기업이 HSBC홀딩스를 밀어내고 시총 1·2위를 모두 차지했다. 코로나19 백신 개발에서 가장 앞서가고 있다고 평가받는 아스트라제네카가 1위로 뛰어올랐고, 시총 2위도 제약업체인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이 차지했다. 올초만 해도 FTSE100지수에서 1위 기업은 HSBC홀딩스였지만 3위로 주저앉았다. 석유기업인 BP, 로열더치셸과 광산업체인 리오틴토 등도 최상위권에서 밀려났다.아디다스에 밀린 다임러·BMW일본 토픽스지수에선 도요타자동차가 여전히 시총 1위를 지키고 있지만 주가는 2015년 이후 박스권에 갇혀 있다. 반면 시총 10위권에서는 자리 바뀜이 활발하다. 공장 자동화용 센서 및 머신비전 시스템 제작 업체인 키엔스는 올 들어 6위에서 3위로 올라섰다. 코로나19 사태로 앞당겨진 디지털·자동화 트렌드에서 스마트팩토리를 내세운 이 업체가 가장 혜택을 보고 있다는 평가다.

일본에서도 제약업체의 강세가 눈에 띈다. 스위스 로슈 자회사인 주가이제약은 혈우병 치료제 판매 호조에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제인 ‘악템라’에 대해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이 이뤄지면서 주가가 급등했다. 시총이 연초 14위에서 7위로 뛰며 일본 최대 제약회사가 됐다. 소니와 닌텐도는 코로나19 여파로 콘솔게임 수요가 다시 늘어나면서 재부상했다.

독일은 산업용 소프트웨어 업체인 SAP가 1위를 유지하는 가운데 전통 강자인 기계·자동차의 정체가 굳어지고 있다. 2위는 수소를 액체로 전환하는 액화수소 기술에 강점을 지닌 산업용 가스업체인 린데PLC가 차지했다. 자동차 부문에선 폭스바겐이 6위로 한 계단 밀려났고, 다임러 BMW 등은 스포츠의류업체 아디다스보다도 시총이 줄어들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