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고, 막히고, 잠기고…3040 "금수저 아니면 강남 입성 못해"

입력 2020-07-13 16:58
수정 2020-07-14 02:24

“모든 국민이 강남에 살 필요는 없어도, 노력하면 서울에 괜찮은 집 한 채는 살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집값 폭등과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로 서울에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진 3040 세대가 들끓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22번에 걸쳐 부동산 대책을 내놨지만 서울 집값은 1.5배로 뛴 반면, 대출은 어려워져 ‘금수저’가 아니면 서울 아파트에서 ‘똘똘한 한 채’를 구입하는 게 원천 봉쇄됐다는 게 이들의 한탄이다. 2018년 9월 장하성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현 주중국 대사)이 라디오방송에서 한 “모든 국민이 강남에 살 필요가 없다”는 발언이 요즘 3040 세대 사이에서 다시 자조적으로 회자하는 이유다.집값 상승에 대출규제까지 더해져3040 세대가 서울에 집을 사기 어려워진 가장 큰 이유는 집값 폭등이다. KB부동산에 따르면 현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 서울 강남지역 아파트 중위매매가격은 7억3347만원이었지만 지난달에는 11억1273만원까지 올랐다. 중위가격은 주택 매매가격을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중간에 있는 가격을 뜻한다. 강남의 평균적인 집 가격이 불과 4년여 만에 4억원 가까이 오른 것이다.

강남뿐 아니라 서울 전역 집값이 급등했다. 2017년 5월 6억708만원이던 서울 아파트 중위매매가격은 지난달 9억2509만원까지 올랐다. 전문직 고소득 맞벌이 부부가 아이가 없더라도 소득을 모아 살 수 없을 만큼 가파르게 올랐다는 얘기다.


빚을 내서 집을 사기는 더 어려워졌다. 정부가 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등 수요 억제에만 치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서울의 주택 담보인정비율(LTV)은 70%에서 40%로 줄었다. 여기에 ‘12·16 대책’으로 9억원보다 비싼 아파트를 살 때 9억원 초과분에 대해서는 20%만 대출을 받을 수 있다. 15억원 이상 아파트를 구입할 때는 대출을 아예 받을 수 없다. 부모의 도움을 받는 금수저가 아니면 3040 세대의 ‘똘똘한 한 채’ 마련이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뜻이다.

정부가 발표한 ‘6·17 대책’으로 전세를 끼고 서울 아파트를 구입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에서 3억원 넘는 아파트를 산 뒤 다른 집에서 전세를 얻으면 전세 대출을 받을 수 없게 돼서다. 지난달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 중 시가 3억원 이상 비중은 전체의 96%에 이른다.퇴로 막아 매물까지 잠겨여기에 정부가 발표한 ‘7·10 대책’이 다주택자가 집을 팔고 떠날 수 있는 출구까지 틀어막았다. 규제지역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세율을 크게 높여서다. 3주택 이상 보유자가 조정대상지역 내 주택을 양도할 때 중과되는 세율은 20%포인트에서 30%포인트로, 2주택 보유자는 10%포인트에서 20%포인트로 올랐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정책으로 매물이 급감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매각 대신 자식에게 증여를 택하는 자산가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서다. 증여세율은 최고 50%로 양도세 최고세율(최고 72%)보다 낮고 취득세 부담도 덜하다. 정부가 2017년 8·2대책에서 조정대상지역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방침을 밝히자 2018년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의 증여 비중이 전년 대비 10%포인트 오른 17.4%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정부가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며 내놓은 신혼부부 특별공급도 ‘그림의 떡’이라는 지적이 많다. 7·10 대책에는 분양가 6억원 이상 생애 첫 주택을 사는 신혼부부의 신청 기준을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의 130%(569만원)까지, 맞벌이의 경우 140%(613만원)까지 늘리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기준으로 대기업 정규직 근로자 평균 월급은 501만원이고 중소기업은 231만원이다.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세금을 인상한다고 집값이 잡히는 게 아니다”며 “집값을 잡으려면 공급을 확대하는 등 시장 원리에 맞는 해법을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부동산 대책이 성공하려면 교육을 비롯한 전 분야에 걸친 정책수단을 동원해야 한다”며 “강남 집값 상승에는 외국어고등학교 폐지 등의 정책으로 학부모 수요가 몰린 영향도 크다”고 말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