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앤디플러스, 삼성전자 디자이너 출신 창업자 "다이슨 대항마로"

입력 2020-07-13 17:33
수정 2020-07-14 01:55
영국 가전업체 다이슨의 무선청소기가 한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일으킬 때 삼성전자 디자이너 출신 문재화 알앤디플러스(RND+) 대표(43·사진)는 한국 소비자의 불만이 무엇인지 분석하기 시작했다. 한국 소비자의 사용자경험(UX)을 분석해 지난해 1월 내놓은 한국형 무선청소기 ‘오비큠’은 입소문을 타며 출시 이후 약 3만 대가 팔려나갔다.

문 대표가 다이슨 사용자들의 불만 사항을 조사한 결과 다이슨 청소기는 너무 무겁고, 빨강·파랑·주황 등 화려한 색깔이 화이트 톤이 주류를 이루는 국내 주택시장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의견들이 나왔다. 수입 가전제품으로 사후서비스(AS)가 불편하고, 배터리 교체를 위해선 제품을 AS센터에 보내야 하는 단점도 드러났다.

문 대표는 “소비자 행동을 분석하니 가야 할 길이 보이더라”며 “디자이너 관점에서 가볍고, 싸고, AS를 쉽게 받을 수 있는 청소기를 목표로 개발에 들어갔다”고 했다.

지난해 1월 출시된 오비큠은 무게를 900g까지 줄였다. 흡입구부터 필터, 모터를 직선으로 연결하는 직렬 디자인을 도입하고, 초소형 고성능 모터로 흡입력을 끌어올렸다. 자석 원리를 이용해 거치대에 청소기를 올리자마자 자동으로 충전이 이뤄지게 설계해 언제 사용하더라도 100% 충전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소비자들에게 매력을 끈 것은 무엇보다 감각적인 디자인이었다. 문 대표는 “집 인테리어에 지갑을 여는 소비자가 많아지면서 이들을 공략할 청소기를 기획한 게 적중했다”고 말했다. 그는 “오비큠 청소기가 나오는 집안 사진을 찍어서 SNS에 올리는 소비자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오비큠은 지난해 약 2만 대가 팔려 약 2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 상반기에도 비슷한 물량이 팔려나갔다. 회사는 올해 오비큠의 누적 매출이 8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문 대표는 디자이너의 관점에서 사업을 개발하는 비즈니스맨이다. 2004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휴대폰 디자인을 담당하다가 의료기기를 개발하는 사내벤처의 초기 멤버로 활동했다. 2012년 사표를 내고 RND+를 창업했다. 삼성전기, 지멘스, 한솔교육, 서울시 등에 디자인 컨설팅을 진행한 데 이어 직접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2018년 법인 등록을 했다. 가전제품 브랜드 ‘모온’을 만들고 내놓은 첫 제품이 오비큠이다. 문 대표는 다음 제품으로 물걸레청소기와 헤어드라이어를 디자이너의 시각에서 개발 중이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