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게 라면을 먹은 최태원 SK 회장(사진)이 고민에 빠진다. 남은 라면 국물을 버릴 것인가, 다 마실 것인가. 잠시 주저하던 최 회장은 남은 국물을 ‘원샷’으로 마무리한다. 텅 빈 냄비 위로 자막이 흐른다. ‘환경을 생각한다면 음식물을 남기지 맙시다.’
13일 SK그룹 사내 방송에 등장한 최 회장의 모습이다. 이날 공개된 최 회장의 ‘먹방(먹는 방송)’은 사내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다. 게시판에는 ‘아침부터 라면이 너무 당기네요’ 등의 댓글이 달렸다. 서울 종로 SK서린빌딩 인근 분식집엔 점심시간 한때 라면을 먹으려는 SK 직원들이 줄을 섰다는 후문이다.
최 회장은 왜 라면 먹방을 찍었을까. 다음달 열리는 연중 최대 사내 행사인 ‘SK이천포럼’을 홍보하기 위해서다. SK이천포럼은 경제, 산업, 기술 분야 등에서 국내외 전문가를 초청해 회사의 미래를 모색하는 자리다. 자칫 딱딱하게 보일 수 있는 행사를 젊은 직원들이 친근하게 느끼도록 최 회장이 직접 나섰다. 라면 국물을 원샷하며 그동안 강조한 ‘환경적 가치 창출’의 중요성을 친근하게 전달했다.
최 회장은 지난달 25일 방영된 사내 방송에선 SK이천포럼 홍보 아이디어를 논의 중인 회의실에 들어와 “직접 유튜브를 통해 이천포럼을 홍보하겠다”고 제안했다. 이 영상에는 ‘최태원 클라쓰’라는 제목이 달렸다. 인기 TV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를 패러디했다.
최 회장은 격의 없는 소통을 즐긴다. 지난해엔 SK 직원들과 100회에 걸친 ‘행복 토크’를 했다. 행사 후 직원들과 ‘번개 회식’도 함께했다. SK 관계자는 “홍보맨을 자처한 최 회장 덕분에 직원들 사이에서 올해 포럼에 대한 관심도가 크게 높아졌다”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