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을 성추행 등 혐의로 고소한 고소인 측이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문을 발표했다.
고소인 측은 이번 사건을 "서울시장이 갖는 위력 속에 어떠한 거부나 문제제기를 할 수 없는 전형적인 위력 성폭력"이라 규정했다.
고소인은 입장문을 통해 "(서울시장(葬) 반대 청와대 청원) 50만명의 국민들 호소에도 바뀌지 않은 현실은 제가 느꼈던 위력의 크기를 다시 한 번 느끼고 숨이 막히도록 한다"며 "앞으로 저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라고 했다.
특히 고소인 측은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박원순 시장의 범죄 사실도 추가 공개했다.
고소인 측에 따르면 박원순 시장은 피해자에게 즐겁게 일하기 위해 둘이 셀카를 찍자면서 신체적으로 밀착해 집무실에서 셀카를 촬영했다. 피해자 무릎에 멍을 보고는 "호 해주겠다"며 무릎에 입술을 접촉했다.
박원순 시장은 집무실 안에 있는 내실(침실)로 피해자를 불러 안아달라며 신체적인 접촉을 하고 텔레그램 비밀 대화방으로 초대해 피해자에게 지속적으로 음란문자 전송했다. 속옷만 입은 사진을 전송하는 등 피해자를 성적으로 괴롭혀왔다.
고소인 측은 "피해자가 서울시장 비서실에서 비서직 수행한 경위는, 임용되어 서울시청 아닌 다른 기관에서 근무하던 중에 어느 날 오전 서울시청 전화 연락 받고 그날 오후 시장실 면접 보게 되었다"며 "피해자는 시장 비서직으로 지원한 사실이 없었다. 범행 시기는 비서직 수행한 4년, 다른 부서 발령 이후까지도 지속되었다. 장소는 시장 집무실과 집무실 내 침실 등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로는 "피해자 사용 핸드폰을 경찰에 임의 제출하기 전 사적으로 포렌식했다"며 "텔레그램 문자, 사진에 대해서는 피해자가 비서로 근무하는 동안 괴로움에 대해 친구들에게 보여준 적 있다. 늦은 시간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 문자 오기도 했기 때문에 목격한 친구들도 존재한다. 피해자는 지속 피해에 대해 여러 차례 호소했다. 평소 알고 지내던 기자에게도 텔레그램 문자 보여주기도 했다. 동료 공무원도 전송받은 사진 본 적 있다. 성적 괴롭힘에 대해 피해자는 부서를 옮겨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고소인 측은 "피해자가 곧바로 고소 못한 이유는 서울시 내부에 도움을 요청했는데 '박 시장은 그럴 사람 아니다', '단순 실수로 받아드리라'고 하면서 '시장 비서의 역할은 시장의 심기 보좌하는 역할'이라고 했다. 피해가 있다는 말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또 고소인 측은 "고소와 동시에 피고소인(박 시장)에게 수사 상황이 전달됐다"고도 주장했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서울시장 지위에 있는 사람에게 본격 수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증거인멸의 기회가 주어진다는 점을 우리는 목도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누가 국가 시스템을 믿고 위력 성폭력 피해사실을 고소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이미경 소장은 "우리는 투명하고 끈질긴 남성 중심 성 문화의 실체와 구조가 무엇인지 통탄하고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며 "망인이 돼 형사고소 사건은 진행되지 않지만, 진상규명 없이 넘어갈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했다.
고소인 측 입장발표로 박원순 시장 성추행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이 불가피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원순 시장은 사망해 처벌할 수 없지만 피해자 신고를 조직적으로 묵살한 서울시 관계자에 대한 처벌은 가능하기 때문이다.
박원순 시장에 대한 고소 내용이 실제로 유출됐다면 이를 유출한 수사기관 관계자도 처벌이 가능하다.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박원순 시장의 사망 원인이 성추행을 인정한 것이라 단정지을 수 없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었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에 출연해 "문제 제기는 있을 수 있지만 피해를 기정사실화하고 박원순 시장이 가해자라고 (규정)하는 것은 사자 명예훼손"이라며 "섣부르게 예단할 시점은 아니고 차분히 따져봐야 될 문제 아닌가"라고 말했다.
따라서 민주당도 박원순 시장에 대한 진상규명을 거부할 명분이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다음(아래)은 고소인 입장문 전문.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미련했습니다. 너무 후회스럽습니다. 맞습니다. 처음 그때 저는 소리 질렀어야 하고, 울부짖었어야 하고, 신고했어야 마땅했습니다. 그랬다면 지금의 제가 자책하지 않을 수 있을까, 수없이 후회했습니다. 긴 침묵의 시간, 홀로 많이 힘들고 아팠습니다. 더 좋은 세상에서 살기를 원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꿈꿉니다. 거대한 권력 앞에서 힘없고 약한 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공정하고 평등한 법의 보호를 받고 싶었습니다. 안전한 법정에서 그분을 향해 이러지 말라고 소리 지르고 싶었습니다. 힘들다고 울부짖고 싶었습니다. 용서하고 싶었습니다. 법치국가 대한민국에서 법의 심판을 받고 인간적인 사과를 받고 싶었습니다. 용기를 내어 고소장을 접수하고 밤새 조사를 받은 날, 저의 존엄성을 해쳤던 분께서 스스로 인간의 존엄을 내려놓았습니다. 죽음, 두 글자는 제가 그토록 괴로웠던 시간에도 입에 담지 못한 단어입니다. 저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할 자신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너무나 실망스럽습니다. 아직도 믿고 싶지 않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많은 분들에게 상처가 될지도 모른다는 마음에 많이 망설였습니다. 그러나 50만명이 넘는 국민들의 호소에도 바뀌지 않는 현실은 제가 그때 느꼈던 위력의 크기를 다시 한번 느끼고 숨이 막히도록 합니다. 진실의 왜곡과 추측이 난무한 세상을 향해 두렵고 무거운 마음으로 펜을 들었습니다. 저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하지만 저는 사람입니다. 저는 살아있는 사람입니다. 저와 제 가족의 고통의 일상과 안전을 온전히 회복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상입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
영상=조상현 한경닷컴 기자 doyt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