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권·갭투자 이번엔 잡힐까

입력 2020-07-13 13:58
수정 2020-07-13 13:59

‘7·10 부동산 대책’으로 지방 원정 갭투자나 분양권 매입 등 ‘단타’성 부동산투자 수요가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다주택 취득세율이 중과되는 데다 단기 매매 양도소득세율도 크게 올라서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단기 매매에 대한 양도세율을 큰 폭으로 올렸다. 현재 지방 등 비조정대상지역에선 주택을 1년 이상 보유하고 팔면 과세표준 구간별 기본세율이 적용된다. 지방 갭투자자들이 1년 단위로 단타 투자를 하는 배경이다. 하지만 앞으론 2년 이상 보유해야 기본세율이 적용된다. 1년 미만일 경우 70%, 1년 이상 보유하더라도 2년 미만일 땐 60% 단일세율이 각각 적용된다.

갭투자자들의 단타 전략엔 차질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보유 기간을 늘리면 보유세가 불어난다. 모든 주택의 공시가격을 합산해 계산하는 종합부동산세는 이번 대책에서 세율이 최고 6.0%로 종전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났다.

크게 오른 취득세는 신규 갭투자를 위축시키는 요인이다. 다주택자의 취득세율은 앞으로 8~12%가 적용된다. 종전엔 3주택 이하라면 주택 가격에 따라 1~3%의 세율이 적용됐다. 그러나 앞으로 2주택은 8%, 3주택 이상부턴 12%가 적용된다. 주택수는 가구별로 합산해 따지고 법인도 인상된 취득세율이 적용된다. 법인은 이번 대책을 통해 종부세율이 6% 단일세율로 오른 데다 세부담 상한까지 없어졌다. 지난달 ‘6·17 대책’ 발표대로 법인세율 또한 중과될 예정이어서 갭투자자들로선 우회 통로마저 완전히 막힌 셈이다.

이 때문에 전세를 끼고 소액으로 아파트 여러 채를 사들이는 갭투자 수요가 크게 줄어들 수 있다는 게 세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앞서 정부는 대출규제 중심의 갭투자 규제 방안을 내놨다. 그러나 정작 높은 전세보증금을 레버리지 수단으로 활용하는 갭투자자들에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았다.

전매제한이 없거나 기간이 짧은 비규제지역을 노린 분양권투자도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분양권 양도세율은 그동안 조정대상지역에서만 보유기간에 상관없이 50% 세율이 적용됐다. 하지만 앞으론 모든 지역에서 60%(1년 이상 보유)가 적용된다. 1년 미만일 땐 70%로 중과된다. 분양권 투자기간이 최소 1년 이상으로 늘어난 것이다.

양도세율 적용은 취득 시기와 관계없이 매각 시점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게 핵심이다. 세법이 개정되기 전 분양권을 샀더라도 처분 시기가 늦어질 경우 인상된 세율을 적용받는 셈이다. 웃돈을 받고 되팔기 위해 분양권을 샀다가 높은 세금 때문에 처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분양권을 처분하지 못한 상황에서 아파트가 준공된다면 중과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가령 서울 1주택자가 충북 청주 아파트의 분양권을 갖고 있다가 준공 이후 판다면 2주택 중과세율이 적용된다. 청주가 6·17 대책에서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된 데다 준공 시점부턴 분양권이 주택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세무사)은 “종전주택을 매각해 일시적 2주택 비과세를 활용하는 게 아니라면 분양권을 샀다가 중과세율을 맞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면서 “해당 주택에 직접 입주할 사람이 아니라면 분양권을 사지 말라는 정부의 강력한 신호”라고 설명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