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7월12일(10:22)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SK바이오팜 상장 첫날 수익(160%)을 리츠(연 5~8%)로 얻으려면 대체 몇 년을…’
빌딩이나 아파트를 임대한 뒤 수익을 나눠주는 공모 부동산투자회사(리츠)의 인기가 시들해졌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고위험 고수익 상품으로 자금이 빠르게 이동하면서 ‘지루한’ 고정수익 장기투자 상품을 향하던 관심이 줄고 있어서입니다.
올해 주식시장 데뷔를 준비 중인 국내 첫 임대주택 기반 리츠인 이지스레스던스는 지난 6~8일 일반투자자 청약을 받았는데요. 경쟁률이 3 대 1에 그쳤습니다. 청약 증거금은 799억원이었습니다. 이달 2일 기업공개(IPO)를 마친 신약 개발회사 SK바이오팜이 323 대 1, 31조원의 증거금을 모은 것과 대조적입니다.
주가지수가 2000선 안팎에서 횡보하고, 금리는 계속 떨어지던 2019년은 달랐습니다. 공모가액의 5~8%를 매년 배당하는 리츠는 가장 매력적인 재테크 상품 중 하나였습니다. 지난해 상장한 롯데리츠는 63 대 1, NH프라임리츠는 317대 1의 청약 경쟁률을 자랑했습니다.
시장의 고성장 가능성을 직감한 국내 증권사 다수는 직원들을 싱가포르로 보내 ‘선진 시장을 학습하고 상품을 출시하라’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그 결과 하반기에만 코람코에너지플러스리츠, 제이알글로벌리츠, 마스턴프리미어제1호리츠 등이 상장을 준비 중입니다.
코로나19 사태가 촉발한 투자심리의 변화는 기존에 상장해 있는 리츠 주가에서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이리츠코크렙은 2018년 6월 상장 직후 4000원대에서 작년 가을 7000원대까지 상승했다가 최근 5000원대로 내려왔습니다. 2018년 8월 상장해 공모가의 두 배 가까이 올랐던 신한알파리츠도 고점 대비 30% 가까이 떨어졌습니다. 작년 4299억원을 공모한 국내 최대 상장 리츠 롯데리츠의 주가는 한 달 넘게 하락세입니다.
지난 3월 말 이후 주가지수의 가파른 상승이 ‘연 1% 라도 더 받을 상품’을 찾아 헤매던 투자자들의 전략을 바꿔놓았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SK바이오팜의 상장 첫날 수익인 160%를 리츠로 거두려면 20년(연 8% 기준) 이상을 기다려야 합니다. 이 밖에도 대출을 끼고 산 아파트나 주식으로 큰 돈을 벌었다는 주변의 소식도 조바심을 부추겼을 것으로 보입니다.
보유하고 있던 리츠를 얼마 전 처분했다는 한 지인에게 그 이유를 물어보니 “지루해서 못 갖고 있겠더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