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로빈후드, 닌자개미, 청년부추…

입력 2020-07-12 18:35
수정 2020-07-13 00:11
미국의 사업가이자 작가인 엠제이 드마코는 2013년 출간한 《부(富)의 추월차선》에서 부자가 되는 세 가지 길을 소개했다. ‘인도(人道)’는 버는 족족 쓰는 사람이 걷는 길이다. ‘서행차선’은 평생 저축해 은퇴할 때쯤 부를 일구는 길이다. 마지막으로 ‘추월차선’은 사업, 재테크를 통해 가장 일찍 부자가 되는 길이다. 이 중 바람직한 길은 젊을 때 빨리 유흥에서 벗어나 추월차선에 진입해 이른바 ‘경제적 자유’를 달성하는 것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전세계 젊은이들은 추월차선에 진입하고 싶어도 기회를 잡기 어려웠다. 하지만 올초 세계 증시를 강타한 ‘코로나 쇼크’가 기회가 됐다. 돈에서 자유로울 ‘마지막 기회’라고 판단한 20∼30대가 각국 증시로 대거 몰려들었다. 한국에서는 1분기에 개인 신규 계좌의 절반 이상이 2030세대 몫이었다. 일본에서도 닛케이머니 조사 결과 “올해 새로 주식투자를 시작했다”는 ‘닌자개미’ 중 20~30대가 55%를 차지했다. 미국은 밀레니얼 세대(1980~1990년대생)가 ‘로빈후드’라는 무료 주식앱을 통해 파산신청 기업인 허츠, JC페니 등의 주식에 대거 투자했다.

지난달부터는 중국의 청년 ‘부추’가 추월차선 진입 대열에 합류했다. 부추는 윗부분을 잘라내도 또 자라는 부추처럼 개인투자자들이 전문성과 풍부한 자금을 앞세운 기관 및 외국인에게 늘 이용만 당한다는 뜻에서 붙은 별칭이다. ‘주링허우(90後)’로 불리는 1990년대생 젊은이들이 지난달부터 공격적으로 ‘사자’에 나서 상하이종합지수는 이달 들어 18.5% 급등했다.

세계적으로 ‘젊은 개미’들이 증시 주도세력으로 동시에 떠오른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천문학적으로 풀린 유동성을 감안하더라도 그렇다. 전문가들이 우선 주목하는 것은 정보기술(IT) 기기에 능숙한 밀레니얼 세대의 특성이다. “SNS 등을 통해 주식정보를 축적하다가 저점 매수를 단행한 젊은이들이 상당수”(싱가포르 자산운용사 360F)라는 분석이 많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저성장이 만성화된 상황에서 코로나로 인한 최악의 취업난까지 겹쳐 ‘믿을 건 주식뿐’이란 인식이 확산됐다는 분석(워싱턴포스트 등)도 있다.

주요국 증시가 코로나 쇼크 이전 수준을 회복한 만큼 젊은 개미들의 승부수가 아직까진 성공적인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앞으로다. “코로나가 사라질 것 같지 않다”는 암울한 관측이 잇따라 주가 상승세가 이어질지 불투명하다. 이제는 리스크 관리도 필요한 시점이다.

송종현 논설위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