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단, 국립현대무용단, 서울예술단 등 국공립 예술단체들의 공연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수개월째 열리지 못하고 있다. 지난 5월 생활방역체계로 전환된 이후 민간 공연은 큰 문제 없이 관객을 맞고 있지만, 국공립 단체들이 준비한 공연은 5월 말 수도권 방역 강화 지침에 묶여 무대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국공립 공연 관계자들 사이에선 “‘좌석 간 거리두기’ 등 민간 공연보다 더 철저한 방역조치를 시행해 올리겠다는데 왜 안 된다는 건가”라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달 25일부터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될 예정이던 국립극단의 연극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은 아직 하루도 상연되지 못했다. 이 공연은 예매가 시작되자마자 폐막일인 오는 26일까지 한 달치의 관람권이 모두 동났을 만큼 연극팬들의 관심이 높았다. 국립극단 관계자는 “아직 공연할 수 있을지, 언제 열 수 있을지 알 수 없다”며 “공연을 올리게 될 수 있길 간절히 바라며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8일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사 개막하려던 서울예술단의 ‘잃어버린 얼굴 1895’(사진)도 개막주간(8~12일) 공연을 취소했다. 서울예술단 관계자는 “많은 호평을 받았던 작품인데 코로나19 조치로 개막조차 하지 못해 아쉽다”며 “14일부터라도 공연을 올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3일 개막해 25일까지 열기로 한 국립극장의 ‘여우락페스티벌’도 오프라인 공연은 하지 못하고, 무관중 온라인 공연만 이어가고 있다.
이들 국공립 공연은 5월 생활방역체계로 전환된 이후 본격적으로 무대 작업에 들어갔다. 하지만 일시적으로 재개되고 문을 연 국공립 단체 공연과 공연장들이 수도권 방역 강화 조치로 무기한 중단되고 폐쇄되면서 개막하지 못했다. 대부분 단체가 아쉬운 마음에 공연을 전면 취소하지 못하고 연습을 이어가며 무대에 설 날만 기다리고 있다.
이들은 문화체육관광부에 잇달아 비공식적으로 재개 요청을 하고 있다. 하지만 요청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문체부도 질병관리본부의 방역 방침에 따라 결정을 내리기 때문이다. 한 단체 관계자는 “민간단체와 공연장보다 더 엄격하게 방역 수칙을 준수하며 충분히 공연할 수 있는데 길이 모두 막혀 있는 상태라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공연을 할 수 있는 작품과 못 하는 작품을 나누는 기준에 대해서도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공립 공연장과 단체의 작품이라도 민간단체와 공동으로 주최하거나 기획한 작품은 열리고 있다. 세종문화회관은 EMK뮤지컬컴퍼니와 공동 주최한 뮤지컬 ‘모차르트!’를 공연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민간단체들이 기획한 ‘대한민국발레축제’가 예술의전당에서 열렸다. 정동극장은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와 함께하는 뮤지컬 ‘아랑가’를 무대에 올리고 있다. 한 단체 관계자는 “국공립 공연에는 민간에서 발탁된 배우와 제작진이 상당수 참여한다”며 “일부 공연만 허용되는 것은 불합리하고 기준 자체도 모호하다”고 주장했다.
김희경/오현우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