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해에서 식물성 플랑크톤이 번성하는 이유는 [강현우의 월드사이언스]

입력 2020-07-11 09:00
북극해에서 식물성 플랑크톤이 폭증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스탠퍼드대 연구팀에 따르면 지난 20년 동안 북극해의 식물성 플랑크톤이 57% 급증했다.

이번 연구는 10일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실렸다. 연구팀을 이끈 케빈 어리고 스탠퍼드대 지구에너지환경과학대학 교수는 식물성 플랑크톤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북극해 지역에서 '광범위한 체제 전환'이 진행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연구는 식물이 햇빛과 이산화탄소(CO₂)를 당분으로 얼마나 빨리 전환시키는가를 보여주는 '순일차생산(NPP·net primary product)'에 초점을 맞췄다. 어리고 교수는 "순일차생산은 해당 지역에 생태계를 지탱하는 먹을거리가 얼마나 있는지를 보여준다"며 "대기 중의 CO₂가 바다 속으로 이동하는 경로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1998년부터 2018년 사이에 북극의 NPP가 57% 늘어났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는 지구 전체 바다에서 전례가 없던 수준이다.

NPP가 가파르게 증가하기 시작한 초기에는 북극해의 얼음이 녹은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바다 위 얼음이 녹으면서 햇빛이 바다 속으로 더 많이 들어오게 되자 식물성 플랑크톤이 ?를 더 많이 소비했다는 얘기다.

그러나 2009년부터는 북극해 얼음이 녹는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졌음에도 NPP는 계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어리고 교수는 "식물성 플랑크톤이 자체적으로 번식량을 늘려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식물성 플랑크톤이 자라려면 빛과 영양분이 필요하다. 일정 지역의 영양분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식물성 플랑크톤 증가세가 계속 이어지기 어려울 것이란 예측도 있다.

연구팀은 북극해 밖의 대양에서 영양분이 지속적으로 흘러들어오고 있다는 가설을 세웠다. 공동 저자인 케이트 루이스 연구원은 "바다 속 영양분이 대양을 넘어갈 정도로 넓은 범위에서 이동한다는 것은 생태학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북극해에서 늘어난 식물성 플랑크톤이 그만큼 많은 CO₂를 흡수하고 있지만, 지구 온난화를 막아줄 정도는 아니라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