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창선, 박원순 사망에 "당신은 잘못이 없다" 성추행 피해자 위로

입력 2020-07-10 13:40
수정 2020-07-10 13:44


박원순 서울시장의 갑작스러운 사망에 여야를 떠나 추모의 메시지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피해자가 겪을 심리적 고통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10일 페이스북 글을 통해 "모두가 고인을 추모할 뿐, 피해 여성이 평생 안고 가게 될 고통은 말하지 않는다"면서 "피해 여성이 자신의 고소가 사람을 죽인 것 같은 트라우마에 갇힐 것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앞으로 벌어질 광경 앞에서 외롭지 않기를 빈다. 당신은 잘못한 것이 없다"면서 "고인에 대한 추모의 목소리들과 피해 여성의 고통이 정비례할 것임을 알기에, 다른 얘기는 차마 입밖으로 내지 못하겠다"고 덧붙였다.

고한석 서울시장 비서실장은 박 시장 빈소가 차려진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취재진에게 박 시장의 유언장을 공개했다. 유언장은 전날 박 시장의 공관 서재 책상에서 발견됐다.

박 시장의 유서에는 “모든 분에게 죄송하다. 내 삶에서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오직 고통밖에 주지 못한 가족에게 내내 미안하다. 화장해서 부모님 산소에 뿌려달라. 모두 안녕”이라고 적혀 있었다.

박 시장의 실종 신고는 딸에 의해 지난 9일 접수됐으며 마지막 휴대전화 사용지인 성북구 일대를 경찰 700명이 수색한 끝에 7시간 만인 자정 경 서울 성북구 북악산 성곽길 인근 산속에서 시신이 발견됐다.

박 시장의 사망 전 그가 전직 비서로부터 성추행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줬다. 박 시장실에서 근무했던 전직 비서 A씨는 과거 박 시장에게 성추행을 당한 사실이 있다며 최근 박 시장을 경찰에 고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지난 8일 경찰에 출석해 고소장을 제출하고 고소인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고소장에는 박 시장으로부터 여러 차례 신체접촉을 당했고, 텔레그램 메신저로 부적절한 내용을 전송받았다고 주장했다. 다만 경찰은 고소 여부 등 관련 사실에 대해 확인을 거부하고 있다.

하지만 박 시장이 숨진 채로 발견되면서, 관련 경찰 수사도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될 예정이다.

'검찰사건사무규칙' 제69조에 따르면 수사받던 피의자가 사망할 경우, 검사는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불기소 처분하게 돼 있다.

박 시장의 장례는 서울특별시장(葬)으로 5일간 치러지며 발인은 13일이다. 서울시는 오늘 중 청사 앞 별도 분향소를 마련해 시민들이 조문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고인의 명예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오랜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 고소를 감행했으며 한마디 사과도 듣지 못하고 박 시장을 보내야 한 A씨의 심리적 부담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유족 대리인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고인에 대해 일방의 주장에 불과하거나 근거없는 내용을 유포하는 일을 삼가해주길 바란다"면서 "사실과 무관하게 고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가 거듭될 경우 법적으로 엄중히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실관계는 영원히 밝힐 수 없게 됐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