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양호 "최저임금 상승, 영세 자영업자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것"

입력 2020-07-10 12:23
수정 2020-07-10 13:03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금융정책국장을 지낸 변양호 변양호 VIG파트너스 고문(사진)은 10일 "최저임금을 서둘러 올리면 소규모 자영업자의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변 고문은 이날 서울 삼일대로 라이온스빌딩에서 열린 안민정책포럼 세미나에서 최근 논의가 진행 중인 최저임금위원회를 언급하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외환위기 당시 금리가 연 20~30%까지 치솟자 생산성이 떨어지는 기업들이 높은 이자부담을 못이기고 줄줄이 부도를 냈다"며 "임금은 금리처럼 기업에 생산비용으로 작용하는 만큼 빠르게 오를 경우 기업의 줄도산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변 고문은 최저임금을 비롯한 생산비용이 치솟는 데다 각종 규제망이 촘촘한 탓에 "한국 경제가 시들어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반기업 정서가 퍼져 있는 데다 규제 수위가 높아서 기업과 근로자가 일하기 어렵다"며 "기득권 세력들이 이에 저항하고 관료들의 '보신주의'가 팽배한 탓에 규제 완화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관료들이 책임 추궁이 뒤따를 수 있는 정책 판단을 피하고자 하는 이른바 '변양호 신드롬'을 비판한 것이다. 변 고문이 2005년 금융정책국장을 지낼 당시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헐값 매각했다는 시비에 휘말려 구속된 사건에서 생겨난 신조어다.

변 고문은 "몇 가지 규제를 완화한다고 해서 경제가 나아지기 어렵다"며 "공공성과 인권, 환경 측면에서 앞서나가는 스웨덴과 노르웨이 등 2~3개 국가를 기준으로 설정하고 그 국가들만큼 규제를 완화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규제를 완화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사회안전망을 정비해야 한다고도 했다. 사회안전망의 하나로 이른바 '부의 소득세'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의 소득세’는 개인의 소득이 최저생계 기준에 미치지 못할 때 최저생계비와 실제 소득 간의 차액을 정부가 보조하는 제도다. 보통의 소득세는 납세자로부터 세금을 징수하지만 이 제도는 역으로 저소득자에게 보조금을 지급하기 때문에 부의 소득세 또는 역소득세라고 부른다.

하지만 기본소득 도입에 대해서는 반대했다. 그는 "기본소득과 긴급재난지원금 등은 고소득층에게 유리한 역진적이고 비효율적 제도"라며 "사회적 약자에 지원을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검찰개혁이 절실하다고도 강조했다. 변 고문은 "삼성그룹이 4년 동안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며 "그만큼 수사받고 견딘다는 것 자체가 대단하다"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