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실종부터 사망 확인까지 긴박했던 24시간

입력 2020-07-10 09:56
수정 2020-07-10 10:28

지난 9일 공관을 나와 연락이 두절됐던 박원순 서울시장은 끝내 10일 오전 0시경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박원순 시장의 모습이 마지막으로 포착된 북악산 일대를 수색해 숙정문 인근에서 시신을 발견했다. 박원순 시장은 극단적 선택을 한 모습으로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박원순 시장은 9일 갑자기 출근을 하지 않았다. 이날 오전 10시40분경 서울시는 "부득이한 사정"으로 오후로 예정된 김사열 국가균형발전위원장과의 면담 일정을 취소한다고 기자단에 문자를 보냈다.
이 문자를 보낸 직후인 오전 10시44분경 박원순 시장이 등산복 차림으로 종로구 가회동 서울시장 관사에서 나와 걸어가는 모습이 CC(폐쇄회로)TV에 포착됐다.

박원순 시장은 다소 힘없는 걸음걸이로 관사를 빠져나와 택시를 타고 북악산 쪽으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후 5시17분께. 박원순 시장의 딸이 실종 신고를 했다. 박 시장의 딸은 4~5시간 전 박 시장이 유언 같은 말을 남기고 집을 나갔는데 전화기가 꺼져있다며 신고했다.

경찰은 즉각 박원순 시장의 휴대전화 신호가 마지막으로 포착된 곳 근처인 성북구 성북동 길상사 주변과 와룡공원 일대를 집중 수색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기동대·소방관 등 770여명과 야간 열감지기가 장착된 드론 6대, 수색견 9마리 등을 동원해 이 일대를 뒤진 끝에 실종신고 접수 약 7시간 만에 박원순 시장을 발견했다.

박원순 시장은 최근 전직 비서로부터 성추행 혐의로 고소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원순 시장실에서 근무했던 전직 비서 A씨는 과거 박 시장에게 성추행을 당한 사실이 있다며 최근 박원순 시장을 경찰에 고소했다. A씨는 지난 8일 경찰에 출석해 고소장을 제출하고 고소인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고소장에는 박 시장으로부터 여러 차례 신체접촉을 당했고, 메신저로 부적절한 내용을 전송받았다는 주장이 적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이날 오전 2시 서울 종로구 와룡공원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구체적 사안은 수사해봐야 알겠지만, 현재로서는 특별한 타살 혐의점이 없다"며 "향후 변사사건 처리 절차에 따라 심도 깊은 수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박원순 시장 시신 발견 장소는 수사 절차상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발견 과정에 대해선 "소방 인명구조견이 박 시장의 시신을 먼저 발견하고 소방대원과 경찰 기동대원이 뒤따라가 시신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박원순 시장의 이동경로 및 방법과 관련해 "사망 현장까지는 도보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명확한 것은 동선 추정이 끝난 뒤 알 수 있다. CCTV에 포착된 바로 추정하면 공관에서 택시를 타고 와룡공원까지 이동한 후 와룡공원부터는 도보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박원순 시장은 이날 오전 3시20분쯤 서울대병원 응급실로 이송됐다. 응급실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서울시 관계자와 지지자들은 박원순 시장을 태운 구급차가 도착하자 오열했다.

일부는 "박원순 가지마", "일어나라 박원순" 등을 외치며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박원순 시장은 곧바로 검안과 함께 공식적 사망 판단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오전 4시쯤 박원순 시장의 시신은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2호실에 안치돼 빈소가 서울대병원에 마련될 예정이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인해 일반인 조문은 제한될 수도 있다.<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예방 핫라인 1577-0199,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