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노조 '임금협상' 결렬…임금인상 0.3% vs 3% 이견

입력 2020-07-10 09:47
수정 2020-07-10 10:30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의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이 결국 결렬됐다. 내년 임금 인상률에 대한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와의 이견을 좁히지 못해서다. 노조는 사용자 측이 무책임하고 불성실한 교섭 태도로 일관했다며 필요한 경우 적법한 쟁의행위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적법한 쟁의행위는 파업 등을 일컫는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노조와 사용자협의회는 최근 임단협 5차 교섭을 진행했다. 실무자들이 만나는 17번의 교섭을 포함해 총 26차례 만나 의견을 나눴다. 그러나 임단협은 결국 결렬됐다. 임금 인상률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노조 측은 지난 3월 말 상견례에서 내년 임금 인상률 '3.3%'를 제시했다. 그러자 사용자 측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영상 어려움을 호소하며 '임금 동결'을 요청했다.

임금 동결 요구에 노조 측은 강하게 반발했고, 사용자 측은 지난달 진행된 4차 교섭에서 수정된 임금 인상률 0.3%를 제안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발표한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 0.3%를 대입한 수치다.

노조 측은 사용자 측의 수정안에 대해서 '임금 동결과 다를 게 없다'며 거부하면서 임금 인상률 요구안은 기존 3.3%에서 3.0%로 소폭 내렸다.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과 신속한 타결을 감안한 결정이라는 설명이다.



5차 교섭에서는 양측이 요구하는 임금 인상률을 놓고 치열한 논의가 이뤄졌다. 하지만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양측은 등을 돌렸다.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은 "새벽 1시까지 이어지는 마라톤 교섭에도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며 "사용자 측이 무성의한 태도로 타협의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협상이 결렬됨에 따라 노조 측은 지난 6일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했다. 중노위는 정부가 운영하는 행정기관으로서 노동관계에서 발생하는 노사간의 이익 및 권리분쟁을 조정한다. 중노위는 임금협상과 관련해 노사 양측의 주장을 듣고 사실 관계를 조사해 조정안을 제시한다.

다만 중노위의 조정안은 권고사항일 뿐 법적 강제력이 없어 이견을 좁히는 데 한계가 따를 전망이다. 노조나 사용자 측이 중노위 조정안을 거부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때문에 노조가 파업 명분을 얻기 위해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중노위 조정절차를 거쳐야만 합법적인 파업이 가능하다. 금융노조는 2016년 임단협 결렬을 계기로 중노위 조정을 거쳐 파업을 진행한 경험이 있다.

일각에선 무리한 파업이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금융노조 출신 한 관계자는 "파업을 위해서는 조합원 투표가 이뤄져야 하는데 코로나 상황에서 찬성표를 얻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며 "섣불리 파업에 나섰다가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여론을 잘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