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오거돈 이어…충격에 빠진 靑·與, 10일 당정협의 취소

입력 2020-07-10 00:05
수정 2020-07-10 00:44
박원순 서울시장 실종 소식이 알려진 9일 오후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정치권은 큰 충격에 빠졌다. 당 지도부는 심야 회의를 소집하고 박 시장의 행방에 대한 소식을 공유하면서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도 국정상황실을 중심으로 경찰의 수색 진척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정치권 등에 따르면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저녁 심야회의를 소집했다. 박 시장 실종 보도가 나온 뒤 관련 정보를 수집하면서 사태 추이를 살핀 것으로 알려졌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오거돈 전 부산시장에 이어 박 시장마저 성추문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지자 충격에 빠진 모습이다. 민주당에선 10일 발표하기로 한 부동산 세제 개편안을 둘러싼 논의를 하던 중이어서 당혹스러워했다는 전언이다. 민주당은 이날 박 시장 관련 파장이 커지자 10일 오전 7시30분에 진행하려던 부동산 관련 당정협의를 전격 취소했다.

한 민주당 의원은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박 시장이 최근 당 안팎에서 2022년 대권 도전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기 때문이다. 박 시장은 최근 ‘전 국민 고용보험’ 이슈를 내세우기도 했다. 부동산 논란 정국에서 여당이 주도하는 ‘서울 그린벨트 해제’ 가능성에 대해서도 선을 그으며 존재감을 내보였다.

문재인 대통령도 박 시장의 신상에 대해 참모들에게 실시간으로 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이번 사안에 대해 별도 회의나 대책을 논의하진 않았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국정상황실을 중심으로 경찰 수색에 촉각을 기울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 시장의 행방이 묘연한 이유가 ‘성추행 고소건’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소식에 서울시 직원들도 충격에 빠졌다. 서울시청 관계자는 “박 시장은 내년 대선 후보 경선을 염두에 두고 최근 부시장, 보좌관을 대거 신규 영입했던 상황”이라며 “직원들의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다수 서울시청 직원들은 이날 밤 늦게까지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남아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일부 참모는 박 시장이 극단적 선택을 했을 가능성 등을 예상하며 향후 업무 계획 등에 대혼란이 생겼다는 우려를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시장의 신변 확보 여부와 무관하게 성폭력 의혹으로 정치적 행보에 제동이 걸릴 거란 분석도 많다.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치러질 경우 내년 4월 7일 부산시장 재보궐선거와 함께 치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통합당도 이 같은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소속 의원들에게 “여러모로 엄중한 시국”이라며 “우리 의원님들께서는 언행에 유념해 주시기를 각별히 부탁드립니다”는 내용을 공지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