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을 쓰고 도포를 입은 사람들과 기모노 차림의 행인들이 뒤섞여 길을 걷고 있다. 거리 양쪽으로 늘어선 일본풍 가옥엔 일식 주점들이 들어서 있다. 전봇대와 커다란 소나무가 어색한 대조를 이루고 있는 이 옛 풍경은 1908년 헝가리 의사 보조끼 데죠가 부산을 담은 것이다.
보조끼는 군의관으로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군함을 타고 아시아 나라들을 순방하던 중 대한제국에 도착했다. 보조끼는 한·일강제병합이 되기 직전, 일본에 잠식돼 가던 대한제국의 사회상을 파악해 이를 사진과 글로 꼼꼼히 기록했다. 특히 보조끼는 우리 전통이 무너져가는 서글픈 모습들을 예리한 시각으로 담아냈다. 컬러필름이 없던 때라 흑백사진에 채색을 해 현장감을 살리려 했다.
그의 사진들은 헝가리에 보관돼오다 올해 처음 한국을 찾아 ‘카메라 든 헝가리 의사 보조끼 데죠, 1908’이란 제목으로 순회 전시 중이다. (부산근대역사관 10월 4일까지)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