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자본시장에 드리운 '권력유착'의 어두운 그림자

입력 2020-07-08 18:05
수정 2020-07-09 00:19
환매 중단된 고객 예탁자금이 5000억원에 달하는 ‘옵티머스펀드 부실·사기’ 사태의 의혹이 커지고 있다. 청와대를 비롯한 정·관계 인사 연루 의혹이 확산되는 가운데 펀드운용사 대표와 변호사인 사내이사 등 3명이 그제 구속됐다. 의혹투성이 ‘라임펀드 사건’에 이어 또 하나의 대형 스캔들이 될 공산이 크다.

‘자산운용사’라는 간판을 내건 사모펀드 업계에 왜 이런 후진적 사고가 반복될까. 옵티머스펀드는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한다고 해놓고 실상은 비상장 부실기업과 대부업체에 투자했다. 장부기록이 분명해야 할 5000억원 투자금 가운데 절반 정도는 행방조차 확인되지 않는다고 한다. 운용자가 ‘단단히 믿는 구석’이 없고는 이런 황당한 일이 생기기 어렵다.

종적을 감춘 이혁진 전 대표의 신병확보 등 검찰 수사를 지켜봐야겠지만, 지금까지 제기된 것만으로도 ‘권력유착’ 의혹이 너무 크다. 특히 이 전 대표는 2012년 18대 대통령선거 당시 문재인 후보의 금융정책특보를 맡은 인사로, 임종석 대통령외교안보특보 등과도 교류해왔다. 이런 경력만으로 제기된 의혹들에 대한 속단은 경계할 일이지만, 권력실세와의 인연을 내세우는 호가호위 행위나 정·관계 ‘파워맨’들의 직간접 비호에 기대어 일탈과 불법을 우습게 여기는 자본시장의 독버섯이 끊이지 않는 것도 ‘한국적 전통’이다. 오해와 억측을 일소하기 위해서라도 검찰은 좌고우면 없이 철저히 수사해야 할 것이다.

권력유착의 어두운 그림자를 떨쳐내지 않고는 자본시장 발전도 기대난이다.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무산위기에 처한 이 회사의 피인수 과정을 둘러싼 일련의 문제 제기도 같은 맥락이다. 대통령과의 이런저런 인연이 의혹으로 도마에 올랐고, 민노총 출신인 여당 당직자가 노사대립이 첨예한 체불임금 문제에 개입해 사측을 거든 것도 비상식적이다. 그런데도 여당은 일련의 스캔들형 사태에 함구하고 있다.

라임·옵티머스펀드 의혹은 진승현·정현준·이용호 게이트 같은 권력유착형 비리를 떠올리게 한다. 자본시장 시계를 20년 전으로 되돌리는 이런 행태를 보면 감독당국은 뭘 하는지 모르겠다. 홍콩의 한국계 투자사 젠투발(發) 환매 연기 사태까지 겹쳤다. 왜 자본시장에 속된 말로 ‘똥파리’가 모여들고 생겨나는지 원인을 봐야 한다. 권력에 줄을 대 어떻게든 ‘한탕’하겠다는 부나방들도 문제지만, 자기관리가 허술한 정치권과 ‘내로남불’형 고위공직자들의 처신도 원인이 아니라고 할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