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인그룹의 유준원 대표가 구속된 상태로 재판에 넘겨진다. 은행 돈을 사실상 '고리대금업'에 유용했다는 혐의다. 상상인그룹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씨가 운용한 펀드 관련 회사에 불법 대출을 해준 의혹도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제1부(부장검사 김형근)는 상상인그룹의 유준원(45) 대표와 박 모(50) 변호사를 구속 기소했다고 8일 밝혔다. 유 대표에게 부정거래·시세조종·미공개 중요정보이용 등 자본시장법을 위반한 혐의를, 박씨에게는 시세조종 등의 혐의를 적용했다. 또 전환사채(CB) 발행사 대표 등 시세조종에 가담한 공범 18명도 함께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유 대표가 무자본 인수·합병(M&A) 세력과 결탁해 은행 돈으로 고리 담보대출업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무자본 M&A란 기업 사냥꾼이 사채업자나 저축은행 등에서 자금을 차입해 차명으로 상장기업을 인수하는 것을 말한다. 검찰은 유 대표가 2015년 4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담보대출임에도 담보 없이 채권을 인수, 채권 발행사에 돈이 들어간 것처럼 속인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이 과정에서 약 623억원 규모의 돈이 유용된 것으로 파악했다.
검찰 관계자는 "상상인그룹은 '명동 사채시장'을 통해 음성적으로 조성되던 무자본 M&A 불법자금을 제도권 금융기관인 저축은행을 앞세워 주도적으로 공급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기업 M&A 전문 브로커를 통해 시장에 알려지기 전에 상장사 M&A 관련 정보를 미리 취득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유 대표가 이를 이용해 '단타' 주식매매로 부당한 이익을 취한 것으로 보고 있다. 상상인그룹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지주사의 주식을 사들이며 주가를 인위적으로 띄우는 등 시세조종 혐의도 있다.
검사 출신의 변호사 박 씨는 상상인그룹의 주가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시세조종에 참여한 혐의다. 2018년 3월부터 약 1년4개월 동안 시세를 조종하면서 자신이 차명으로 지배한 상장사 2개 등 4개 회사의 자금을 813억원 가량 사용했다고 검찰은 파악했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