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첫 국산 통신위성 '천리안 3호' 4100억원 들여 만든다

입력 2020-07-08 10:58
수정 2020-07-08 11:06

국산 기술로 만드는 첫 통신 전용 위성 '천리안 3호' 개발사업이 내년부터 시작된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사업을 주도한다.

8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은 4118억원 규모 '정지궤도 공공복합통신위성(천리안 3호)' 개발 사업 예비타당성 조사를 지난달 말 통과시켰다. 한반도 상공 약 3만6000km, 경도 128.2도의 정지궤도에서 통신, 항법 보정 서비스를 제공하는 위성이다. 정지궤도 위성은 지구와 자전 주기가 같아 항상 같은 곳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위성을 말한다.

국산 기술로 통신위성을 제작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990년대 이후 방송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던 무궁화위성은 유럽 기술로 만든 위성이었다. 2010년 6월 발사된 천리안 1호(통신·해양·기상위성)에 통신 탑재체가 있지만 시험용이라 정식 서비스는 불가능했다. 천리안 3호엔 카(ka) 대역을 쓰는 실제 방송 통신용 탑재체가 들어가있다. 카 대역은 약 27~40 기가헤르츠(GHz) 주파수를 말한다. 카 대역 주파수를 활용하면 5세대(5G)등 차세대 통신서비스, 초고화질(UHD) TV 방송, 초고속인터넷 광대역서비스 등이 가능하다.

천리안3호는 5G 통신서비스 품질을 높이는 데 우선 사용될 전망이다. 이동통신 표준화 국제협력기구(3GPP)가 지상 통신망과 위성 통신망 간 연계를 5G 이후부터 국제표준으로 채택했기 때문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5G 이후 차세대 통신에서는 초고속 데이터 서비스를 위해 고주파 대역이 필요한데, 이는 국내 기지국만으론 감당하기 어렵다"며 "안정적인 5G서비스를 위해 통신 전용 위성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천리안 3호는 재난, 재해 대응 긴급 통신용으로도 활용한다. 해상, 산악 등 지상 통신망이 닿지 않는 음영 지역 비상통신을 지원할 예정이다.

천리안 3호엔 하천, 저수지, 댐 등의 수위와 환경 감시 기능을 담당하는 데이터수집(DCS) 탑재체도 들어가있다. L대역(1~2GHz) 저주파수를 이용해 비바람 등 악천후에도 관계없이 안정적인 통신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했다. 주파수가 낮으면 데이터 전송량은 줄지만 통신 두절 가능성이 그만큼 줄어든다.

미국이 운용하는 위성항법시스템(GPS) 오차를 보정하는 항법보강시스템(SBAS) 기능도 국내 위성 가운데 최초로 갖추게 된다. 국토교통부가 추진중인 정밀항법 보정사업(KASS)의 일환이다. SBAS는 항공기 자동 이·착륙, 선박간 충돌 방지 등 항법서비스 오차를 보정하는 것이다. 현재 한국은 내비게이션 등 GPS 뿐 아니라 오차보정 서비스 역시 모두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천리안 3호에 쓰일 SBAS 개발 경험을 토대로 향후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KPS) 구축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사업비가 4조원에 이르는 대형 국책사업인 KPS는 다음달 예비타당성 조사가 예정돼 있다. KPS사업은 국산 항법위성 7개를 쏘아올려 2035년께 독자 항법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과기정통부는 올해 말 대통령 소속 국가우주위원회(위원장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에 천리안 3호 개발 안건을 정식 상정하고 내년부터 본격적인 사업에 착수할 방침이다. 사업비 4118억원 가운데 과기정통부가 2600억원, 환경부가 502억원, 국토부가 533억원, 해양경찰청이 483억원을 분담한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