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많이 알면 알수록 손해는 안 봅니다. '배성수 기자의 다다IT선'은 매일 홍수처럼 쏟아지는 가전·IT 신제품을 생생한 영상과 알기 쉬운 이야기로 함께 체험해보는 코너입니다. 과거에는 보지 못 했지만 앞으로는 우리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그런 제품들도 소개하겠습니다.
'기기에서 손을 떼게 하는 방법'은 글로벌 정보통신(IT) 기업들의 고민거리였습니다. 손을 이용하지 않고도 기기를 구동할 수 있다면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할 수 있다는 큰 메리트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업체들이 목소리만으로 기기를 제어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스피커 개발에 공을 들여왔던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다만 AI 스피커 인기는 '반짝', 생각보다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시장은 성장이 정체됐습니다.
이 가운데 구글이 흥미로운 AI 스피커를 국내에도 출시했다고 해서 일주일가량 써봤습니다. 구글 네스트 허브는 구글 최초로 7인치 스크린이 탑재된 AI 스피커입니다. AI 스피커에 단순히 스크린만 얹었을 뿐인데 많은 장점이 생겼습니다.
우선 음성인식 부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갖췄다는 평을 받는 구글 어시스턴트가 내재됐는데, 이는 스크린과 결합돼 그 장점이 직관적으로 부각됩니다. 목소리만으로 유튜브와 연동된 뮤직비디오나 각종 영상 등을 재생해서 스크린을 통해 쉽게 즐길 수 있고, 날씨와 뉴스도 볼 수 있습니다.
네스트 허브의 이 같은 특징을 활용하면 가정 집에서 TV 옆이나 거실에 두는 게 대부분인 다른 AI 스피커와 달리 가용 범위가 넓어집니다. 예를 들어 부엌에 네스트 허브를 두고 "오케이 구글, 김치찌개 만드는 법 알려줘"라고만 하면 두 손으로 요리를 하면서도 스크린을 통해 레시피를 볼 수 있습니다. 방에서 "홈트(홈트레이닝) 영상 틀어줘"라 하면 운동도 쉽게 할 수 있습니다.
집안 어디서든 활용할 수 있는 제품인 만큼, 디자인에도 신경 썼습니다. 깔끔한 느낌을 주는 디스플레이 화면에 AI 스피커 하단 부에는 잘 미끄러지지 않는 고무 재질로 돼 있어 어디에든 놓기 편합니다. 또 다양한 바탕화면이 기본으로 제공되고 구글 포토와도 자동으로 연결돼 앰비언트 모드를 활용하면 평소엔 '디지털 액자'로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사물인터넷(IoT)의 기반이 되는 AI 스피커로서의 본질에도 충실합니다. 안드로이드 기반 TV, LG전자 생활가전, 코웨이, 필립스휴 등 다양한 제품들을 목소리만으로 구동할 수 있다고 구글은 설명했습니다. 저도 일주일간 가장 많이 썼던 기능이 가전 제어였던 것 같습니다. 구글 홈에 에어컨과 TV 등을 등록해 놓으면 네스트 허브를 통해 음성 명령만으로 기기를 켜고 끌 수 있습니다.
저는 이제껏 AI 스피커에 대해 막연한 거부감이 있었습니다. 아마도 AI 스피커 출시 초창기 시절 구매했던 제품이 제 말을 잘 못 알아들어 답답했던 기억이 아직까지 있나 봅니다.
다만 네스트 허브를 일주일간 사용하면서 느낀 점은 '얘는 찰떡같이 알아듣는다'고 설명하면 될까요. 네스트 허브가 지원하지 않는 기능이면 몰라도 제가 말하는 내용을 제대로 못 알아듣는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또 제 목소리를 기억하고 저 뿐 아니라 가족 구성원의 목소리를 개별적으로 인식하는 것도 눈에 띄었습니다.
이 외에도 언어 자동 번역, 자동 알림 서비스 루틴, 잃어버린 핸드폰에 알람을 울려 찾게 해주는 기능, 말동무 역할을 해줄 수 있는 다양한 게임 등도 참신하다고 느껴졌습니다.
다만 아쉬웠던 점도 몇몇 보였습니다. 첫째는 가격입니다. 11만5000원이라는 가격이 저렴하다고만 느껴지지 않습니다. 스크린을 붙였으니 합당하다고 생각할 지 모르나 네스트 허브는 어디까지나 유선 연결이 꼭 필요한 AI 스피커입니다. 평소에 들고 다닐 수 없기에 태블릿 PC와는 비교해선 안 됩니다.
또 디스플레이가 터치 스크린인데 스마트폰이 태블릿 PC처럼 가상 키보드가 띄워지지 않는 점도 아쉬웠습니다. 기본적인 터치는 되나 음성이 아니면 사실상 기기를 구동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또 해외에 출시된 네스트 허브 맥스와 달리 이 제품엔 카메라가 장착되지 않은 점도 단점이라 생각됩니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