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분쟁서 메디톡스 승기…ITC "대웅이 영업비밀 침해"[종합]

입력 2020-07-07 08:32
수정 2020-07-07 08:34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메디톡스의 손을 들어줬다. 6일(현지시간) 내린 예비판결에서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영업비밀을 침해했다고 판단하고, 대웅제약의 보툴리눔톡신 제제 주보의 10년 수입금지를 권고했다.

이번 소송은 메디톡스와 엘러간이 지난해 1월 대웅제약과 에볼루스를 ITC에 제소해 시작됐다. 대웅제약이 보툴리눔톡신 균주와 제조공정 기술을 절취해 보툴리눔톡신 제제 나보타를 생산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ITC는 부정하게 생산된 수입제품 등이 현존하는 미국 산업에 피해를 주는지 보는 곳이다. 부당한 방법으로 피해를 주고 있다고 판단되면 수입 및 판매금지를 명령할 수 있다. 나보타는 주보란 제품명으로 미국에서 판매되고 있다.

대웅제약은 ITC의 이번 예비판결에 불복하고 있다. 최종에서 판결을 뒤집겠다는 입장이다.

대웅제약은 이날 ITC의 예비판결은 미국의 자국산업 보호를 목적으로 한 정책적 판단으로서 납득할 수 없다고 밝혔다. ITC로부터 공식적인 결정문을 받는대로 이를 검토한 후 이의 절차를 진행할 방침이다.

회사 측은 "ITC 행정법 판사의 예비결정은 그 자체로 효력을 가지지 않는 권고사항에 불과하다"며 "위원회는 예비결정의 전체 또는 일부에 대해 파기 수정 인용 등의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되고, 다시 대통령의 승인 또는 거부권 행사를 통해 최종 확정된다"고 했다.

이어 "이번 예비결정은 행정판사 스스로도 메디톡스가 주장하는 균주 절취에 대한 확실한 증거는 없다고 명백히 밝혔음에도, 논란이 있는 과학적 감정 결과에 대하여 메디톡스 측 전문가 주장만을 일방적으로 인용했거나, 메디톡스가 제출한 허위자료 및 허위 증언을 진실이라고 잘못 판단한 것이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특히 메디톡스의 제조기술 도용, 관할권 및 영업비밀 인정은 명백한 오판임이 분명하므로 이 부분을 적극 소명해 최종판결에서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ITC의 최종판결은 오는 11월6일 나온다.

양사의 분쟁은 5년간 이어지고 있다. 대웅제약이 균주를 훔쳐갔다는 메디톡스의 주장은 2016년부터 본격화됐다. 보툴리눔톡신 제제의 유효물질을 만드는 균주의 염기서열 분석, 포자형성 여부 등 다양한 측면에서 양측의 대립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ITC 판결로 승기는 우선 메디톡스가 가져갔다는 평가다. 대웅제약의 미국 사업은 큰 불확실성에 처하게 됐다. 또 최종판결에서 결과가 달라지지 않는다면 대웅제약은 메디톡스는 물론 에볼루스로부터 상당한 금액의 피해보상 소송을 당할 수 있다.

'보톡스 전쟁'이 업계 전체로 확전될 가능성도 있다.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을 비롯해 국내 대부분의 보툴리눔톡신 기업들이 자신의 균주를 도용했다고 보고 있다. 대웅제약과의 다툼이 마무리되면 다른 기업들과도 송사를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양사가 국내에서 진행 중이 민·형사 소송도 ITC의 예비판결에 영향받을 것이란 관측이다.

한민수/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