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월 07일(09:16) '모바일한경'에 게재된 기사입니다]모바일한경 기사 더보기 ▶
(김은정 마켓인사이트부 기자) 기업들이 발행하는 회사채에 신용등급을 매기는 국내 신용평가사는 세 곳입니다. 한국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나이스신용평가입니다. 서로 다른 주주 구성과 설립 배경을 지녔지만 사실 신용등급을 평가하는 구조와 시스템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신용등급을 매길 때 중점적으로 봐야 하는 주요 지표와 요인들이 비슷한 때문입니다.
실제 특정 기업에 대해 신용평가사 세 곳이 각각 평가하는 신용등급을 보면 동일한 경우가 많습니다. 간혹 사업이나 재무 상태를 바라보는 시각에 차이가 생겨 한 단계 정도 신용등급이 다르게 매겨 지기도 하지만 흔치 않은 일입니다.
그런데 신용평가사 간 신용등급이 세 단계나 차이가 나는 기업이 나왔습니다. 바로 자동차 및 산업기계 부품 생산 업체 디아이씨입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디아이씨의 신주인수권부사채의 신용등급으로 BB를 부여했고, 한국신용평가는 B를 부여했습니다. 게다가 한국신용평가는 등급전망마저 부정적으로 달았습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안정적 등급전망을 매겼는데 말이죠. 각 신용평가사가 부여한 신용등급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아무리 투자 부적격 등급이라도 해도 신용평가사 간 신용등급이 세 단계가 차이가 발생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디아이씨는 변속기와 엔진 부품이 주력 생산 품목입니다. 생산 능력과 품질 관리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국내 자동차 부품 생산 업체 중 한 곳이죠.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 매출이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디아이씨의 매출은 자동차와 지게차 등 중장비의 전방 수요에 직결됩니다. 2017년까진 매출 성장이 꾸준히 이뤄졌습니다.
하지만 2018~2019년 중국 완성차 시장의 수요 둔화 등으로 자동차 부품 매출이 줄고 있습니다. 올 들어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매출 둔화가 심화될 전망입니다. 올 1분기 매출만 봐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2.2% 줄었습니다.
이같은 상황에서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신용평가가 부여한 신용등급에 격차가 발생한 데는 앞으로 전망이 크게 작용한 듯 합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디아이씨가 점진적으로 영업수익성을 개선할 것이라고 봤습니다. 지난해 재고자산 충당금과 설비 이전 등으로 수익성이 급감했지만 올 하반기 이후 완성차 시장의 수요가 회복되면 수익성이 좋아질 것이라고 본 겁니다.
또 나이스신용평가는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고정비 부담이 증가할 테지만 대규모 신규 투자가 일단락됐기 때문에 디아이씨가 영업창출 현금흐름으로 경상적인 자금소요에 원활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이에 비해 한국신용평가는 과거에 비해 확대된 재무부담과 자회사의 부진한 실적에 대해 좀 더 우려 섞인 평가를 내렸습니다. 디아이씨의 중국법인은 중국 완성차 업체에 납품하는 물량이 대폭 줄면서 지난해 영업적자 폭이 확대됐거든요. 전기차 개조 사업을 하고 있는 제인모터스는 수익 창출 기반을 아직 확보하지 못한 상태고요.
여기에 설비투자 등으로 투자자금 소요가 증가하면서 디아이씨의 순차입금은 2015년 말 2916억원에서 2018년 말에는 4389억원으로 뛰었습니다. 하지만 신설 투자에도 영업현금창출능력은 그리 좋아지지 않아 올 3월 말 기준 부채비율은 322.1%에 달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유상증자와 토지재평가까지 진행했지만 대규모 순손실로 재무구조 개선을 이루지 못했거든요.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에는 전환사채 조기상환 청구와 기한이익 상실 사유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한국신용평가는 "올 3월 말 연결 기준 단기성 차입금이 3432억원, 단기성 차입 비중은 86.2%에 이르고 있다"며 "담보가 제공된 금융회사 차입금은 상환 가능성이 있지만 전환사채 잔액과 신주인수권부사채, 장래채권 유동화 차입금 등의 실질 상환부담은 매우 높은 수준"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어느 신용평가사의 분석과 전망이 실제 디아이씨의 신용도에 더 근접한 지는 앞으로 디아이씨의 차입금 차환 및 상환 여부, 신규 차입 조달 상황 등을 살펴보면 더 잘 알 수 있을 듯 합니다. (끝)/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