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전선·코리아세븐, 장기 신용등급보다 단기 신용등급이 높은 까닭

입력 2020-07-08 09:01
수정 2020-07-08 14:44
[07월 08일(09:01) '모바일한경'에 게재된 기사입니다]모바일한경 기사 더보기 ▶



(김은정 마켓인사이트부 기자) 기업에 부여되는 신용등급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눠 볼 수 있습니다. 하나는 회사채 등에 부여되는 장기 신용등급입니다. 상대적으로 기업의 중장기적 사업·재무 전망을 반영한 신용등급이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와 달리 기업어음(CP) 등에 부여되는 단기 신용등급은 1년 이내 기업의 사업·재무 전망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신용등급 체계에서 한 기업의 단기 신용등급과 장기 신용등급은 통상 일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간혹 단기 신용등급과 장기 신용등급이 불일치하기도 합니다. 국내 신용평가사 중 한 곳인 한국신용평가는 올 상반기 기준 단기 신용등급과 장기 신용등급이 일치하지 않는 기업을 발표했습니다. 해당 기업은 총 14곳입니다. 금융회사 4곳, 비금융회사 10곳입니다.

비금융회사로는 엘에스전선, 여천엔씨씨, 코리아세븐, 율촌화학이 있고, 비금융회사로는 교보증권, 현대차증권, 아이비케이투자증권, 유안타증권, 하이투자증권, DB금융투자, SK증권, 유진투자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이 있습니다.

엘에스전선, 여천엔씨씨, 코리아세븐, 율촌화학의 장기 신용등급은 모두 A+입니다. 하지만 이들 업체 모두 A1의 단기 신용등급을 갖고 있습니다. 장기 신용등급은 최우량이 아니지만 단기 신용등급만큼은 최우량 수준인 겁니다.

이유를 살펴봤습니다. 여천엔씨씨는 지분 구조와 관련이 있습니다. 여천엔씨씨의 자금 소요는 상당 부분이 주주사에 대한 배당금 지급과 관련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한국신용평가는 "유동성이나 재무 상황에 따라 배당금 지급액이 조절되고 있어 실질적인 유동성 대응능력이 우수하다"고 평가한 겁니다.

엘에스전선의 경우 부동산 등 보유자산에 기반해 우수한 대체자금 조달 능력을 갖췄다는 이유로 단기 신용등급이 가장 높게 부여됐고요. 단기적인 유동성 위기 상황이 발생했을 때 대응능력이 충분하다는 겁니다.

코리아세븐 역시 유형자산과 투자자산 등을 봤을 때 재무융통성이 우수하다고 평가됐고요. 율촌화학은 농심그룹의 대외 신인도 덕분에 자본시장 접근성이 높아 단기 신용등급 측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계열사 매출채권을 활용한 대체자금조달 능력도 단기 신용등급 평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고요.

금융회사의 경우 증권산업의 구조적 특성 때문에 단기 신용등급과 장기 신용등급 간 격차가 생겼습니다. 금융상품 판매 등 대고객부채 중심의 자금조달 구조와 이에 대응하는 우량 채권 위주의 자산 운용 덕분에 단기 신용등급이 장기 신용등급에 비해 높게 책정된 겁니다. 위기 때 한국증권금융의 유동성 보완 가능성도 있고요.

기업의 신용등급은 투자자들에게 매우 유용한 투자 지표입니다. 그런데 단기 신용등급과 장기 신용등급 간 차이가 발생하면 투자자 입장에선 혼란스러울 수 있습니다. 이렇게 신용평가사가 적극적으로 신용등급의 결정 배경을 설명하면 투자자들의 의문과 궁금증 해소에 큰 도움이 될 듯 합니다. (끝)/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