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종 연구에 써달라"…김재철 변호사 高大에 30억

입력 2020-07-07 18:12
수정 2020-07-08 00:50
“우리나라 채소나 과일의 종자가 대부분 일본산이라는 걸 알고 매우 안타까웠습니다. 이 돈이 한국표 육종 및 종자를 본격적으로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김재철 변호사(사진)는 6일 고려대에 국내 육종 연구 지원을 위한 기부금 30억원을 전달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서울 안암동 고려대 본관에선 ‘김재철 변호사 고려대 오정(五丁) 육종연구소 기부식’이 열렸다. ‘오정’은 김 변호사의 호다. 김 변호사는 서울대 법학과를 나와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와 서울고등법원장, 사법연수원장을 거친 원로 법조인이다.

고려대는 이날 김 변호사가 낸 기금으로 생명과학대학에 오정 육종연구소를 설치하기로 했다. 육종 연구를 활성화하고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연구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김 변호사는 “육종 연구는 단기간에 성과가 나올 수 없고 수십 년간 꾸준한 연구와 투자가 필요한 분야”라며 “향후 20억원을 추가로 기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도 여력이 되는 대로 기부를 계속 이어가겠다”고 했다.

김 변호사가 고려대를 기부처로 선택한 것은 ‘오랜 인연’ 때문이다. 김 변호사 가족은 3대째 보물급 문화재를 포함한 고서화와 미술품을 고려대에 기부하고 있다. 김 변호사의 아버지인 만송 김완섭 선생은 일본 메이지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법조계에서 활동하며 모은 돈으로 일본에 반출될 위기에 처한 고서를 사들였다. 이후 1952년 고려대에 출강하며 학교와 맺은 인연을 계기로 1975년 이들 고서를 학교에 기증하기로 결심했다는 후문이다.

그해 만송 선생이 별세하자 아들인 김 변호사가 아버지의 유지를 이어 고서 1만9071권을 고려대에 기증했다. ‘만송문고’로 명명된 이들 고서의 가치는 약 215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 중 ‘동인지문사륙’ 7권과 ‘용비어천가’ 초간본 2권은 각각 1981년과 2009년 보물로 지정됐다.

2016년엔 김 변호사의 딸인 김주현 씨가 추사 김정희의 ‘제유본육폭병’을 비롯한 고서화류 334점과 현대미술품 및 공예품 198점을 고려대에 기증했다.

정진택 고려대 총장은 이날 기부식에서 “고려대를 믿고 중요한 연구를 맡겨줘 감사하다”며 “이번 기부가 생명과학대학이 새롭게 도약하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구성원 모두가 힘을 합쳐 의미 있는 연구 성과를 내겠다”고 말했다.

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