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제재에 맞서 ‘반도체 국산화’에 사활을 걸고 있는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올 상반기에만 증시에서 1440억위안(약 24조5333억원)을 조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자금은 연구개발(R&D)과 제조공정 업그레이드 등에 투입돼 삼성전자를 추격하는 데 쓰일 전망이다.
7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중국 민간 데이터와 기업 공시 등을 종합해 중국 반도체 관련 기업들이 5일 현재 중국 주식시장에서 조달한 자금(예정 납입금 포함)이 1440억위안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2019년 한 해 동안 조달한 금액(650억위안)의 2.2배에 달한다.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기업인 SMIC가 상하이증시 2차 상장과 지방정부의 펀드 출자를 통해 640억위안(약 10조9000억원)을 조달하는 것이 최대 규모다. 반도체설계회사 UNISOC와 실리콘웨이퍼 제조사 톈진중환반도체도 50억위안씩을 조달하는 등 10억위안(약 1700억원) 이상 조달한 반도체 기업만 10여 곳에 달한다.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자금을 끌어들이는 건 미국의 중국 기업 고사작전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라고 이 신문은 분석했다. 중국은 현재 10%대인 반도체 자급률을 2025년까지 70%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국유 통신기업과 국유펀드가 출자한 SMIC를 전략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조사회사 IC인사이트에 따르면 미국 제재 등의 영향으로 2024년 중국의 반도체 자급률은 20% 후반대에 그칠 전망이다. SMIC의 기술수준 역시 대만 TSMC와 비교해 여전히 2세대 이상 뒤처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 때문에 중국 중앙정부는 물론 베이징과 상하이 등 지방정부까지 반도체지원 펀드를 조성해 반도체 기업에 집중적으로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2014년 1400억위안 규모로 조성한 반도체펀드 ‘국가집성전로산업투자기금’은 이미 자금을 모두 소진하고 2호펀드를 설정했다.
벤처·스타트업 기업 전용 증시인 상하이거래소의 ‘커촹반(科創板·과학혁신판)’은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자금을 끌어들이는 또 다른 원천이다. SMIC가 상하이증시 2차 상장으로 조달하는 금액은 최대 530억위안(약 9조원)으로 당초 예상치(234억위안)의 두 배가 넘는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