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온라인 수업만 듣는 유학생 가을학기 비자 취소…출국하라"

입력 2020-07-07 17:41
수정 2020-10-06 18:43
미국에서 올해 가을학기에 온라인 수업만 하는 학교에 다니는 외국인 학생은 미국을 떠나야 한다. 5만 명 넘는 한국 유학생 중 일부도 타격이 예상된다.

미 이민세관단속국(ICE)은 6일(현지시간) 가을학기에 모든 수업을 온라인으로 하는 학교에 다니는 외국인 학생의 미국 체류를 불허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들 학생은 미국 입국을 위한 신규 비자를 받지 못한다. 미국에 체류 중인 학생은 미국을 떠나거나 수업 전부 또는 일부를 대면 교육으로 제공하는 학교로 전학 가지 않으면 강제 추방될 수 있다고 ICE는 밝혔다.

이번 조치의 대상은 F-1(학업 과정) 비자와 M-1(직업 교육 과정) 비자 신청·소지자다. 미 국제교육연구소에 따르면 미 대학에 재학 중인 외국인 유학생은 지난해 기준 약 110만 명이며 이 중 한국인 유학생은 5만2250명이다.

이번 조치로 외국인 학생들은 현재 다니거나 자신이 지원한 학교의 정책에 따라 미국 체류 여부가 달라지는 황당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미국 대학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가을학기 수업 방식을 놓고 고민 중이며 일부는 온라인 수업만 계획하고 있다. 하버드대는 이날 가을학기에 온라인 수업만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버드대에 다니거나 입학할 예정인 외국인 학생은 올해 가을학기에 미국에 머물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번 조치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두 가지 효과를 노린 것으로 분석된다. 첫째, 코로나19에도 경제 재개를 밀어붙이겠다는 의도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ICE 발표 후 트윗을 통해 민주당이 정치적 이유로 가을학기에 학교 문을 닫으려 한다고 비판하며 “가을에 학교를 열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외국인 유학생은 미국 학생들보다 평균적으로 더 많은 학비를 낸다. 이 때문에 대학 재정 기여도가 높은 외국인 유학생을 볼모로 대학들의 ‘오프라인 개강’을 압박하려는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둘째,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보수층을 노린 반이민정책의 연장선 성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코로나19 억제를 이유로 이민 일시 중단 명령을 내린 데 이어 6월 22일엔 신규 취업 비자 발급을 연말까지 제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