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임대사업자 혜택 폐지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를 소급 적용하진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관련 법안이 발의된 이후 기존 등록 임대사업자들이 반발하자 나온 반응이다. 그러나 장려하던 제도를 억제한다는 점에서 정책 신뢰성이 훼손됐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7일 강병원 민주당 의원은 임대사업자의 세제 혜택 폐지와 관련한 소급 논란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강 의원은 지난 5일 임대사업자들의 세제 혜택을 축소하는 ‘종합부동산세법’과 ‘조세특례제한법’, ‘지방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각각 발의했다. 이후 이들 법안을 등록 임대사업자들에게까지 소급 적용할 것이란 보도가 나오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임대사업자는 최대 8년의 의무임대기간 동안 계약 때마다 보증금 인상률을 5% 이내로 유지하면 여러 가지 세제 혜택을 받는다. 대표적인 게 종부세 합산 배제다. 가령 3주택자가 자신이 거주하는 집을 제외한 나머지 2채를 임대주택으로 등록하면 거주주택에 대해서만 종부세를 낸다. 거주주택을 매각할 때도 임대주택이 주택수에서 제외돼 양도소득세가 중과되지 않고 1주택 비과세로 처분할 수 있다. 의무임대기간이 끝난 임대주택은 양도세가 100% 감면되고(2018년 12월 31일 이전 등록분) 최대 70%의 장기보유특별공제가 가능하다.
이번에 강 의원이 낸 개정안은 이 같은 세제 혜택을 축소하는 법안이다. 종부세법 개정을 통해 임대주택에도 종부세를 과세하고, 조특법을 개정해 장특공제도 없애는 내용 등이다. 임대사업자의 세제 혜택은 앞서 2018년 ‘9·13 대책’에서 한 차례 축소됐다. 조정대상지역에서 이날 이후 취득한 주택은 공시가격이 6억원(서울·수도권 기준)을 넘고 전용면적 85㎡를 초과할 경우 임대로 등록하더라도 종부세 합산 배제와 장특공제 혜택이 없다. 개정안은 가격과 면적, 지역을 가리지 않고 이를 확대하는 게 핵심이다. 강 의원은 “임대사업자들에게 주던 과도한 세제 혜택을 축소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혜택 관련한 조문을 삭제한 개정안에서 이미 등록한 임대사업자들에 대한 경과규정이나 부칙은 따로 마련되지 않아 소급 논란이 일었다. 3년 전 정부의 임대사업자 활성화 대책에 발맞춰 등록했던 이들은 반발했다.
민주당은 부랴부랴 진화에 나섰다. 박성준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소급 적용 자체가 위헌적 요소가 크기 때문에 그렇게 할 리가 없다”면서 “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박 원내대변인은 “과거 양성화를 위해 뒀던 특혜조항들을 모두 거둬들이면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이 바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책 신뢰성이 훼손됐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정부는 2017년 ‘8·2 대책’을 통해 다주택자들에 대한 양도세 중과 방침을 발표하면서 ‘당근’으로 임대사업자를 꺼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까지 나서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다양한 세제 혜택”을 준다며 등록을 유도했다. 그러나 정작 임대사업자 규모가 갈수록 늘어나자 투기의 수단으로 변질됐다며 정책 방향을 180도 바꿨다. 부동산업계는 임대사업자 제도가 사실상 존폐의 기로에 섰다고 보고 있다. ‘전·월세 상한제’와 ‘전·월세 신고제’, ‘계약갱신청구권’ 등이 모두 시행되면 사실상 일반 임대인과 등록 임대인의 차이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수도권 신축 아파트를 임대주택으로 등록하려던 한 다주택자는 “정부의 기조가 언제 또 뒤바뀔지 몰라 임대등록하려던 생각을 접었다”며 “일관성 없는 정책에 의사결정을 내리기 힘들다”고 말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