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언유착 의혹’ 수사를 둘러싼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대치가 이어지는 가운데 윤 총장이 검사장들이 제안한 ‘특임검사 카드’를 꺼내들 것이란 얘기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앞서 추 장관은 “특임검사는 때늦은 주장”이라고 일축한 바 있어 갈등을 봉합할 묘수가 될 순 없다는 지적이다. 윤 총장은 이번 수사에서 손을 떼라는 추 장관의 수사지휘에 대해 5일째 아무런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수사대상 모두 구속한 과거 특임검사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사장들은 지난 3일 열린 긴급 간담회에서 “공정하고 엄정한 수사를 위해 특임검사 도입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이들의 의견은 6일 윤 총장과 추 장관에게도 보고됐다. 특임검사란 현직 검사가 연루된 범죄혐의를 독립적으로 수사하기 위해, 수사 과정에서 상급자의 지휘를 받지 않고 결과만을 총장에게 보고하도록 한 제도다.
채널A 이모 전 기자가 현직 검사와의 친분을 과시하며 강압취재를 했다는 이번 의혹에는 윤 총장의 최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이 연루돼 있다. 윤 총장이 ‘측근 구하기’를 위해 전문수사자문단을 소집하는 등 불공정하게 수사지휘를 하고 있다는게 추 장관의 판단이다. 하지만 검찰 안팎에선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이끄는 현 수사팀이 오히려 ‘무리한 수사’를 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양측이 모두 수사의 공정성을 의심받고 있는 만큼, 특임검사를 지명하자는 것이 검사장들의 의견이다.
지금까지 특임검사가 지명된 사례는 총 4차례다. △2010년 그랜저 검사 사건 △2011년 벤츠 여검사 사건 △2012년 김광준 검사 사건 △2016년 진경준 검사 사건 등이다. 4차례 모두 특임검사가 수사 대상인 현직 검사를 구속기소해 엄정한 수사를 진행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특임검사가 해법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추 장관은 지난 3일 “제3의 특임검사 주장은 이미 때늦은 주장으로 그 명분과 필요성이 없다”고 밝혔다. “이미 상당한 정도로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에서) 관련 수사가 진행됐다”는 것이 이유 중 하나였다. 반면 불과 4일 전인 지난달 30일 해당 수사팀은 “관련 사실관계와 실체 진실이 충분히 규명되지 않았다”는 상반된 이유로 전문수사자문단 소집 중단을 대검에 건의한 바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결국 추 장관이 자신과 코드가 맞는 수사팀에게 전권을 주기 위해 ‘상당한 정도로 수사가 진행됐다’는 이유를 명목상 댄 것 아니겠느냐”며 “추 장관은 특임검사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추미애 “윤석열, 좌고우면 말로 ‘문언대로’ 이행”대검 훈령에 따라 특임검사 지명 권한이 검찰총장에게 있는 것도 추 장관이 특임검사에 부정적인 이유가 될 수 있다. 결국 윤 총장의 의중대로 특임검사 수사진이 구성될 수 있다고 봐서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선 윤 총장이 현 서울중앙지검 수사팀 일부를 특임검사 수사팀에 투입하는 식으로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이날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특임 검사와 현재 수사팀이 같이 하는 방식이면 어느 정도 얘기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추 장관은 이날 “검찰총장은 좌고우면하지 말고 장관의 지휘 사항을 ‘문언대로’ 신속하게 이행하라”며 윤 총장을 재차 압박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독립적으로 수사한 후 수사결과만을 검찰총장에게 보고하라”고 한 지난 2일의 수사지휘에서 한발짝도 타협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여권에선 윤 총장이 특임검사 임명을 강행하려 해도, 법무부 장관의 승인이 없다면 뜻을 이룰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SNS에 “지난 1월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대통령령) 개정에 따라 임시조직을 설립하려면 법무부 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했다”며 “검찰총장이 법무부 장관의 승인 없이 특임검사를 임명할 수 없고, 만일 임의로 임명한다면 규정 위반”이라고 썼다.
실제로 지난 1월 관련 규정이 개정됐다. 규정에 ‘이 영 또는 다른 법령에 규정된 것 외에 그 명칭과 형태를 불문하고 사건의 수사 및 처리에 관한 사항을 담당하는 임시조직을 설치하려는 경우에는 법무부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란 조항이 추가됐다.
결국 윤 총장에게 이 사태를 헤쳐나갈 제3의 선택지가 사실상 부재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법조계에선 윤 총장이 추 장관의 수사지휘를 전부수용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본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과 법무부의 강대강 충돌 이외 탈출구가 잘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