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7월06일(09:32)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회생절차 중인 기업의 외화채권의 환율 기준에 대해서 구조조정 업계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구조조정 전문 사모펀드(PEF) 운용사 파인트리파트너스가 지난달 중견 해운사 동아탱커 인수를 완료한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환율이 급등하면서 변제해야 할 채권의 환율 문제가 논란이 됐기 때문이다.
◆파인트리, 동아탱커 외화채무에 환율 문제제기
6일 투자은행(IB), 구조조정 업계 등에 따르면 파인트리가 회생 중인 동아탱커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지난달 초 관계인집회가 한 차례 연기됐다. 연기된 배경에는 동아탱커의 외화채권의 환율 문제가 불거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탱커는 지난해 4월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고, 8개월만인 지난해 12월 파인트리를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인수대금 600억원)로 선정했다. 그러나 이후 채권자들 간 이견 등이 계속되면서 반년 만인 지난달 19일이 되어서야 관계인집회에서 인수를 최종적으로 확정한 것이다.
이유는 코로나19로 인한 '환율급등'이었다. 동아탱커 인수자인 파인트리는 선박담보채권자인 유진자산운용에 "변제일의 환율이 아닌 회생개시결정일 당시의 환율을 적용해서 변제하겠다"고 통보했다.
동아탱커의 회생절차 개시결정일(지난해 4월)에 비해 환율이 급등해서 갚아야 할 외화채권액의 규모가 커지자 이 같은 제안을 한 것이다. 유진은 지난해 말 선박담보채권을 매입하는 부실채권(NPL) 투자를 통해 동아탱커의 최대 담보채권자가 됐다.
파인트리 측의 요청에 변제액이 수억원 가량 낮아지게 된 유진 측이 이의제기를 하면서 관계인집회가 한 차례 연기됐다. 회생계획안이 통과되려면 통상 의결권 기준 회생채권액의 66.6%, 담보권액의 75% 이상 동의가 필요하다. 최대 담보권자인 유진 측이 반대하면 파인트리의 동아탱커 인수가 불발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한 차례 연기된 후 협상 끝에 유진 측이 지난달 19일 관계인집회에서 파인트리의 회생계획안에 동의해주면서 논쟁은 일단락됐다.
◆코로나19로 불붙은 '외화채권' 환율 논쟁... 협상의 영역? 개정 필요?
구조조정 시장에서는 이번 동아탱커 회생이 향후 하나의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 등 구조조정 절차에서는 채권액 확정이 중요하다. 채권자별로 보유하고 있는 채권액을 확정해야 그 비율에 따라 향후 의사결정과정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워크아웃 절차에서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상 소집통보일 기준, 법정관리에서는 채무자회생법상 회생절차개시일 기준으로 채권액을 확정한다. 외화채권의 원화표시액 역시 그같은 날짜 기준을 따라 환율을 확정해 외화채권과 병기한다.
이후 변제 단계에서는 별도의 규정이 없다. 원칙적으로 외화채권으로 변제하고, 원화로 변제할 경우 변제일 기준의 환율을 적용하도록 하는 민법상 원칙을 따라왔다. 일반적인 워크아웃이나 자구형 회생계획은 채무를 바로 변제하는 게 아니라 채무상환을 유예해 향후 수년에 걸쳐 변제하도록 하는 게 기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조조정 과정에서 인수합병(M&A)이 이뤄질 경우 확정된 인수대금을 갖고 채권자들 간에 배분하는 게 관건이 된다. 한 구조조정 업계 관계자는 "변제돼야 하는 채무가 환율로 인해 시점마다 계속 변동되는데, 그동안 환율변동폭이 심하지 않아 약간의 득실에 대해 서로 넘어갔다"면서 "이번에 코로나19로 환율 변동이 심해지자 특정일 환율로 고정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결국 파인트리 측이 "회생개시결정일 기준의 환율로 환산된 금액으로 변제하는 것으로 한다"는 수정 계획안을 제출했고, 유진 측은 고심 끝에 이에 동의했다. 이 과정에서 파인트리 측도 변제자금으로 하기로 한 금액 일부를 회사운영자금으로 하면서 추가부담을 지기로 하는 등 협상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IB업계 일각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해 환율 폭등의 예외적 상황을 경험하게 된 만큼 향후 이같은 분쟁의 여지가 없게 환율 기준을 고정하도록 하는 법령 개정이 검토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부실기업이라는 낙인을 우려하게 되는데, 환율 논쟁 등으로 절차가 지연되면 지연될수록 낙인 우려가 더 커진다는 지적이다. 반면 "환율 문제 등은 협상의 영역에서 충분히 해결 가능하기 때문에 법률이 모든 걸 규정하게 할 수는 없다"는 반론도 나왔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