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데뷔 10주년을 맞은 싱어송라이터 주영이 음악을 대하는 자세는 참 올곧고 한결같았다. 가수가 아닌 인간 주영의 모습을 알고 싶다면, 이 역시 그의 음악을 들으면 전부 알 수 있단다. 순수, 혼란, 사랑 여러 생각과 감정이 공존했던 20대를 음악과 함께 정신 없이 달려온 온 주영은 어느덧 30대가 됐다. 한층 여유롭고 편안해진 분위기가 그의 감성을 더욱 빛나게 하는 듯 했다.
주영은 지난 3일 새 싱글 '요를 붙이는 사이'를 발표했다. 2010년 '그대와 같아'로 데뷔해 이후 '다이브(DIVE)', '처음', '로스트(Lost)', '아름' 등의 곡으로 차분하면서도 호소력 있고, 무심한 듯 섬세한 감성을 선보여왔던 주영. 신곡 '요를 붙이는 사이'에서는 한층 편안한 멜로디 위에서 특유의 감각적인 보컬을 펼쳐냈다.
독창적인 음악으로 꾸준히 싱어송라이터의 길을 걸어나가고 있는 그는 이번에 작곡에만 참여했다. 직접 가사를 쓰지 않은 이유를 묻자 주영은 "가사를 받았는데 소재가 신선해서 손 댈 게 없더라. '요를 붙이는 사이'라는 게 너무 공감이 갔다"면서 "항상 열린 마음으로 작업한다. 이미 좋은 걸 굳이 건드려서 내 색깔을 넣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노래를 표현하는 것도 내 몫이지 않느냐. 노래에 더 집중해 감성을 최대한 살리려고 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내가 쓴 곡에 자신감은 있지만 욕심은 딱히 없다. 같이 작업하는 걸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주영은 아티스트로서의 '열린 마음'을 강조했다. 음악을 잘 만드는 것만큼이나 피드백을 수용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 그는 늘 자신의 음악에 자신감을 갖지만 무리한 욕심을 부리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싱어송라이터 주영이 추구하는 방향이었다. '열린 마음'은 창작자인 주영이 어떤 한 곳에 매몰되지 않을 수 있는 근간이라고 했다. 꾸준히 타 아티스트와 협업을 하는 것 역시 비슷한 맥락이었다. 주영은 "음악은 예측할 수 없지 않느냐. 확실히 한계가 없다. 그래서 음악이 참 재미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내게는 같이 음악을 만드는 사람들이 가장 중요하다. 물론 음악을 혼자 할 수도 있겠지만, 같이 했을 때의 시너지가 더 크다고 생각한다. 협업하는 걸 중요하게 생각한다. '꼰대'처럼 작업하는 게 싫어서 열린 마음으로 좋은 건 다 흡수하고, 조언이나 따가운 충고도 달갑게 받는다. 전부 나를 성장시킬 수 있는 채찍질이지 않냐. 크리에이티브 한 작업을 할 때는 열린 마음으로 하지 않으면 발전이 없는 것 같다. 옆에 있는 동료들이 너무 고맙다. 제일 중요한 사람들이다"고 전했다.
'요를 붙이는 사이'에는 가수 헤이즈가 피처링으로 참여했다. 주영은 "컬래버 상대의 음색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번에 헤이즈랑 한 것도 둘 다 음색이 강한데 그걸 섞는 일이 신선했다. 강한 색깔끼리 섞으니까 또 다른 매력이 있더라"며 만족감을 표했다.
그렇다면 주영의 음악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요소는 무엇일까. 주영은 주저하지 않고 '경험'을 꼽았다. 그는 "사랑 이야기를 많이 쓰니까 경험에서 오는 게 많다. 사랑의 종류에는 부모님이 주시는 것도 있고, 친구한테 받는 것도 있고, 여자친구와의 사랑도 있다. 정말 종류가 다양한 것 같다"면서 "내 음악은 사랑이 전부다. 사랑이 없으면 살 수 없는 것처럼 내 음악 역시 사랑 없이는 살 수 없다"고 강조했다.
올해는 주영에게 조금은 특별할 수 있다. 2010년 데뷔한 이후 10년의 시간이 흘렀고, 30대에 접어 들었다. 주영은 "스물아홉 살 때 조금 혼란스러웠다. 서른 살을 기점으로 마음이 많이 편해졌다. 홀가분한 기분이다"라면서 "남자는 서른부터라는 말이 이래서 있는 건가 싶다. 마음이 긍정적이라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다. 안색도 전보다 좋아진 것 같다"며 웃었다.
무엇 때문에 혼란스러웠었는지 묻자 주영은 "20대 때는 생각이 너무 많았다. 그걸 행동으로 옮기는 게 어렵게 느껴졌다. 그런 시행착오를 겪으며 온몸으로 부딪히고 난 후 서른 살이 되어보니 요즘은 일 진행하는 게 너무 수월하다. 생각도 간단해졌다. 너무 어렵지 않게 내가 좋아하는 것들 위주로 쉽게 생각하려고 한다"며 "남들을 쫓아가기보다는 내 페이스를 더 찾은 느낌이다. 20대가 어떻게 해야 내가 더 단단해지고 성장할 수 있는 지를 알아가는 과정이었다면 30대는 그걸 실행하는 시기인 것 같다"고 털어놨다.
또 주영은 처음 음악을 시작하던 순간도 소중하게 여겼다. 그는 과거 가수 라디(Ra.D)가 설립한 레이블인 리얼콜라보에서 브라더수, 나래, 디어, 러비, 치즈, 시애나 등 실력파 싱어송라이터들과 함께 음악 생활을 했다. 주영은 "리얼콜라보에서 처음 앨범을 제작한 거였으니, 그때의 활동은 지금의 음악에도 당연히 영향을 준다. 좋은 아티스트로 성장할 수 있게 도와준 분들이라 그 영향으로 내 음악을 할 수 있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어 "그때도 좋은 음악은 언제든 잘 된다는 이야기를 서로 주고받았다. 라디 형의 '아임 인 러브(I'm in Love)'를 보면 실제로 그렇게 되지 않았느냐"면서 "음악의 힘으로만 그렇게 된 거다. 정말 어마어마한 거다. 거대한 자본력 없이 음악만으로 사람한테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게 멋있었다. 당시 내 모티브로 삼았다. 음악으로 영감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자는 생각을 했다"고 고백했다.
리얼콜라보 우정은 여전하다고. 주영은 "디어 형이랑은 어제도 연락했다. 우리는 지금도 돈독하다. 라디 형은 가끔 연락을 하는데 육아를 하고 힘드시니 자주 보지는 못 한다. 요즘은 아들이랑 같이 음악을 하더라. 어릴 때부터 봐온 아이였는데 정말 놀랍더라. 라디 형은 음악을 너무 잘한다"며 존경심을 표했다. 그러면서 "최근에는 자기 음악으로 자신감 있게 밀어 붙일 수 있는 아티스트가 더 없다. 그런 친구들이 많이 나와서 같이 작업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차곡차곡 쌓아온 주영의 곡들은 그의 삶을 그대로 투영하고 있다고. 주영은 "2012년에 낸 '올 오브 유(All Of You)'라는 곡은 정말 그때만 할 수 있는 노래였다. 그 노래가 수록된 앨범은 20~21살의 기록이 담긴 순수함의 결정체다. 당시 느꼈던 감정과 연애 경험으로 만들어졌다. 또 '파운틴(Fountain)'이라는 앨범은 2014년~2017년까지의 나를 담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이런 앨범들을 낼 거다"고 말했다.
그는 "시간이 흐르면서 당연히 음악 색깔도 달라지는 거라 생각한다. 작업 환경이나 프로듀서, 당시 생각하는 것들이 다른데 어떻게 똑같을 수 있겠냐"면서 "그래서 음악이 더욱 재미있는 것 같다. 새로운 걸 시도하려 노력하고 있다. 대중들에게 조금 더 친근하게 다가가고 싶다. 앞으로 많은 분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음악들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고, 그 안에서 배우는 것들로 성장해 나가면서 삶을 알차게 꾸려나가고 싶어요. 즐겁고 행복하게 말이에요. 결과적으로 그런 감정들이 음악에 묻어나 좋은 영감을 줄 수 있는 가수였으면 해요. 단지 음악 잘 만들고, 노래 잘하는 가수이기보다는 말이죠."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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