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사진)이 ‘검언유착’ 의혹 수사와 관련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를 놓고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6일까지도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윤 총장은 사안이 중대한 만큼 검사장들뿐 아니라 법조계 원로 등의 의견을 반영해 최종 결론을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지휘 수용과 거부 어느 쪽을 택하더라도 진퇴양난인 상황에서 ‘장고’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에 따르면 윤 총장은 지난 3일 열린 검사장 회의 결과를 이날 오전 보고받았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전국 20~30여 명의 검사장이 모인 이 회의에서는 “검찰총장은 전문수사자문단 절차를 중단하고, 독립적인 특임검사 도입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또 “법무부 장관의 수사 지휘 중 검찰총장 지휘감독 배제 부분은 위법 또는 부당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검찰청법에 따르면 법무부 장관이 법에 규정된 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박탈하는 것은 위법이라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수사 지휘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도 쉽지 않다.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박탈하는 것을 받아들이면 앞으로도 장관이 검찰 수사에 개입할 수 있는 ‘선례’로 남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윤 총장이 지휘 수용과 거부 중 어느 쪽도 선택하지 않고 ‘권한쟁의심판’이라는 ‘제3의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권한쟁의심판이란 국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 간의 권한 다툼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심판하는 제도다. 총장 스스로 결론을 내리는 대신 외부에 판단을 맡기는 전략이다. 다만 이번 사태는 대등한 정부기관 간의 다툼이 아니라 ‘기관 내 기관’의 문제여서 청구 자체가 각하될 가능성도 있다.
이달 중으로 예상되는 검찰 인사도 윤 총장의 고심을 깊어지게 하고 있다. 검찰 출신인 한 법조계 관계자는 “윤 총장이 추 장관의 지휘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다가오는 고위급 인사 때 윤 총장의 검찰 내 입지가 더욱 좁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안효주/이인혁 기자 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