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를 이을 차세대 먹거리로 꼽히는 자율주행차 핵심기술을 현직 교수가 중국에 통째로 넘긴 혐의에 대해 검찰이 수사 중이라는 사실이 한경 단독보도(7월 6일자 A 1, 8면)로 드러났다. 유출된 기술은 차량이 스스로 물체를 인식하고 피해갈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미국에서도 알파벳(구글의 지주회사)이 이와 비슷한 기술이 유출됐다며 우버를 상대로 소송을 걸어 2700억원을 배상받은 선례가 있다.
이 기술이 유출돼 입게 된 국가적 피해규모 등은 검찰이 수사를 통해 밝혀야 할 내용이다. 뼈아픈 것은 최근 첨단기술 유출 방지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경고 신호’가 잇따랐는데도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점이다. 국방과학연구소(ADD) 전 연구원들이 기밀자료를 대량으로 유출한 정황이 방위사업청 감사 결과 사실로 드러난 게 불과 보름도 안 됐다.
더구나 주요국들은 중국의 기술탈취를 막기 위한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일본은 정부기관 예산을 받은 대학 연구소 소속 연구원의 해외기관 겸직 및 외국정부 자금지원 여부를 2022년부터 공개할 방침이다. 미국도 중국 인민해방군과 연계된 대학을 졸업한 뒤 유학 온 대학원생과 연구원의 비자 취소까지 검토 중이다. 반면 한국은 기술유출에 대한 경각심이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퇴사하는 ADD 연구원들의 자료 유출이 ‘관행’으로 치부되는가 하면, 대학이 중국의 기술확보 통로로 악용되고 있는데도 정부는 별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솜방망이’ 처벌도 문제다. 2017년부터 3년간 산업기술보호법 위반으로 법원에 접수된 사건 72건 중 실형이 선고된 것은 고작 3건이다. 피고인이 경제적 이득을 취했는지가 양형기준에 포함되지 않는 점 등이 작용한 결과다. 그러는 사이에 자동차 디스플레이같이 중국에 기술을 도둑맞은 주요 기업들은 중국의 맹추격에 고전하고 있다. 반도체, 배터리 기술탈취도 노골화돼 이 분야도 언제 뒤처질지 모른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사회 전체가 이같은 현실을 직시하고 첨단기술 유출 방지를 위한 물샐틈없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때다. 국가기관, 기업, 대학이 전방위로 협력해 감시와 적발을 강화하고 부당이득을 철저히 환수해야 한다. 기술을 해외에 빼돌려 얻는 이익보다 적발 시 불이익이 훨씬 크다는 사실을 누구나 절감하게 해야 할 것이다. 나라의 미래를 책임질 신기술을 도둑맞고 뒤늦게 후회하는 일이 있어서는 결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