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급변의 시기, 혁신으로 대응할 때

입력 2020-07-06 17:36
수정 2020-07-08 00:26
4년 전 일이다. 2014년 11월 출범한 인사혁신처가 2016년 4월 세종특별자치시로 이전하게 됐다. 갑작스러운 이전 결정에 직원들은 적잖이 동요할 수밖에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언론에서는 잦은 출장, 업무 비효율, 소통의 어려움 등 세종시 이전에 따른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지적했다. 아직 두 돌도 채 새지 못한 우리 부처는 새로운 부처로서의 안정적 정착과 동시에 이전에 따른 문제점도 해결해야 하는 난관에 처해 있었다.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세종으로의 이전이 오히려 일하는 방식을 혁신적으로 바꿀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안전행정부 전자정부국장으로 재직할 때 접한 클라우드 저장소에서 실마리를 찾았다. 언제 어디서나 접속할 수 있고, 직원 사이의 공유가 자유로운 클라우드 환경이야말로 기관 이전에 따른 여러 문제점을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만능열쇠라는 확신이 들었다. 정부 부처 최초로 전 직원 개인 PC에 저장된 자료를 없애고, 클라우드 저장소를 전면 활용하도록 결정한 것은 그런 확신에서였다.

새 청사로의 이전, 낯선 도시로의 이사, 장거리 출퇴근 등 모든 것이 혼란스러운 와중에 클라우드 도입으로 업무 시스템까지 바뀌니 직원들의 불평이 쏟아졌다. 수십 년 동안 개인 PC에 자료를 저장하며 일하는 방식에 익숙해진 직원들에게는 사실 당연한 일이었다. 수백 대의 컴퓨터에 저장된 각종 자료를 일일이 클라우드 저장소로 옮기는 데만 몇 주가 걸렸다.

그렇게 두 달 정도 지났을까. 직원들의 불만이 사라졌다. PC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사무실에 있는 것처럼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편리함이 컸기 때문이다. 자료 저장 방식이 체계화되면서 정보의 흐름과 공유도 빨라졌다. 직원 간 소통과 협업이 활성화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4년이 지난 오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 클라우드 시스템의 진가는 더 빛을 발하고 있다. 개인 PC에 자료를 저장하는 방식으로 계속 일을 해왔다면 비대면 근무는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다.

많은 전문가가 코로나19 이전 세상으로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PC에 자료를 저장하는 방식이 이제는 옛것이 돼버린 것처럼, 지금까지 당연하게 여겼던 채용 방법, 근무 형태, 교육 방식들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엔 유효성을 상실할 것이다. 민간 기업에서는 이미 온라인 면접, 로보틱 프로세스 자동화(RPA), 인공지능(AI) 기반의 인사관리를 도입하며 코로나 이후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공직사회도 예외일 수 없다. 인사혁신처가 그 선봉에 서려고 한다.

위기는 기회의 또 다른 이름이라고 했다. 세종시 이전이 클라우드 시스템을 도입하는 기회가 된 것처럼 훗날 오늘의 코로나 위기가 새 시대를 맞이하는 인사혁신의 출발점으로 기억되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