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내 미생물 이용한 항암제 개척 나선 '꿈나무'

입력 2020-07-06 17:30
수정 2020-07-07 00:48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는 체내 면역기능을 활용하기 때문에 약효가 뛰어나고 부작용이 적습니다. 국내 기업 최초로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를 선보이겠습니다.”

박한수 지놈앤컴퍼니 공동대표(47)는 6일 회사의 신약 후보물질(파이프라인) 연구개발(R&D) 계획을 묻는 말에 이렇게 답했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암 등 중대 질병 치료에 효과가 있는 체내 미생물을 뜻한다. 유산균 등 프로바이오틱스는 질병 치료가 아니라 건강기능 개선이 목적이라는 점에서 마이크로바이옴과 다르다. 영국 BBC리서치에 따르면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시장 규모는 아직 미미하지만 2024년에는 99억달러(약 12조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지놈앤컴퍼니는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후보물질 GEN-001로 미국에서 임상시험 1상과 1b상을 동시에 하고 있다. 지난 4월 국내 기업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후보물질 임상 허가를 받았다. GEN-001의 적응증은 고형암인데 구체적으로는 폐암 방광암 등으로 발전시킬 예정이다.

신약 개발을 위한 임상은 10년씩 걸리는 경우가 많지만 지놈앤컴퍼니는 기간을 최대한 단축할 예정이다. 2024년께 3상을 시작해 2026~2027년 개발을 완료하려고 한다. 이를 위해 진행 중인 1상이 끝나면 2상을 생략하고 바로 3상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임상 구조를 짰다. 1상 결과가 좋으면 기술 수출(라이선스 아웃)도 추진하려고 한다.

글로벌 제약사와 연구 협력도 하고 있다. 진행 중인 미국 임상은 머크·화이자가 공동 판권을 가진 면역항암제 바벤시오와 GEN-001을 병용 투여하는 내용이다. 머크·화이자가 GEN-001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해 바벤시오를 공급하기로 한 것이다. 이 밖에 GEN-001 동아시아 판권을 주고 이에 따른 기술료 등을 받는 계약을 LG화학과 맺었다. 동아시아 임상은 아직 시작하지 않았는데 미국 임상 진행상황을 보고 차례로 할 예정이다.

GEN-001 외 다른 파이프라인도 개발하고 있다. GEN-001에서 유래된 파이프라인으로 또 다른 고형암과 난임 치료제를 전임상 단계에서 연구 중이다. 이 밖에 아토피와 여드름에 효과가 있는 마이크로바이옴 화장품을 개발하고 있고, 비만 개선과 면역력 증진을 겨냥한 건강기능식품도 만들고 있다.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은 국내에서 인체적용시험(의약품의 임상 단계와 비슷)을 하고 있다.

지놈앤컴퍼니는 한국거래소가 운영하는 벤처기업 전용 주식시장인 코넥스에 2018년 상장했다. 최근 지놈앤컴퍼니의 코넥스 시가총액은 약 2850억원이다. 연내 코스닥시장으로 이전 상장하기 위해 한국거래소가 주관하는 기술성 평가 절차를 밟고 있다. 이전 상장으로 모은 자금은 미국 임상에 활용할 예정이다.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는 아직 세계적으로 개발이 완료된 게 없다. 질병의 원인을 제거하는 게 아니라 증상 완화 용도로, 바이오기업이 아니라 병원이 소량 만들어 활용하고 있을 뿐이다. 이 때문에 바이오업계 일부에서는 체내 미생물을 질병 치료에 활용하는 것이 가능한지 회의적인 견해도 있는 게 현실이다.

이에 대해 박 대표는 “글로벌 제약사가 2년간 꼼꼼하게 실사까지 한 뒤 연구에 협력하기로 한 건 GEN-001의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