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투자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지면서 ‘감이 떨어졌다’는 혹평을 받아온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사진)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평소 자신이 ‘코끼리 사냥’에 비유했던 100억달러 안팎의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벅셔해서웨이는 미국 도미니언에너지가 보유하고 있던 천연가스 저장·수송 설비를 총 97억달러(약 11조6000억원)에 매입한다고 5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부채(57억달러)를 포함한 금액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후 벅셔해서웨이의 첫 투자이자 2016년 이후 최대 규모다.
‘투자의 전설’로 손꼽혀온 버핏은 올 들어 시장을 몇 차례 실망시켰다. 지난 4월 수년간 보유했던 항공주를 전량 손절매했는데, 그 직후부터 주가가 반등하면서 매도 시점을 잘못 잡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벅셔해서웨이가 올 1분기에 기록한 순손실만 497억달러에 달했다. 버핏은 올 5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마땅한 투자처가 보이지 않는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버핏의 이번 천연가스 부문 투자가 명예 회복의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저가 매수 및 장기 보유로 수익을 창출한다는 가치투자 철학이 반영된 전형적인 사례라는 분석이 나와서다. 천연가스는 공급 과잉 논란이 제기돼 왔으나 결국 석유나 석탄을 대체할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다. 미국 전력 발전의 40% 이상은 이미 천연가스가 차지하고 있다.
버핏이 어떤 종목에 추가 투자할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이번 투자액은 벅셔해서웨이의 보유 현금(1370억달러) 중 7% 정도에 불과해서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