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한항공 '황금알' 기내식·면세사업, PEF에 판다 [마켓인사이트]

입력 2020-07-06 16:30
수정 2020-07-06 16:48
≪이 기사는 07월06일(16:00)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대한항공이 기내식과 기내면세점 사업부를 국내 2위 사모펀드(PEF)인 한앤컴퍼니에 매각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유동성 위기를 신속하게 극복하기 위한 자구 노력의 일환이다.

6일 사모펀드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기내식 사업부 등을 한앤컴퍼니에 매각하기로 잠정 결정하고 매각 조건에 관한 최종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매각가격은 1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항공은 7일 열리는 이사회에 관련 내용을 보고할 계획이다.

◆한앤컴, '기내식+기내면세' 시너지 기대

대한항공은 지난 4월부터 기내식 및 항공기정비(MRO) 사업부, 마일리지 사업부 등 매각을 검토했다. 하지만 MRO 사업부 매각을 위해서는 분사 등의 선행작업에 시간이 상당히 필요하고, 마일리지 사업부는 매각 후에도 대한항공과 의존적인 관계를 맺을 수 밖에 없다는 점이 한계였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은 지난달부터 매각이 상대적으로 수월한 사업부 위주로 자구안을 다시 짰다. 기내식 사업부는 아시아나항공이 이미 합작사(JV) 형태로 일부 지분을 매각한 선례가 있는 데다 생산시설 등도 별도로 조성돼 있어 '1순위' 매각 대상으로 꼽혔다. 이외에 기내면세점 사업부와 항공운송교육 사업부 등이 매각 검토 대상으로 추가됐다.

대한항공은 이러한 잠재 매물을 여러 개 벌여놓고, 외부 투자자에게 사고 싶은 대상을 고를 수 있도록 선택의 여지를 줬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다양한 투자자들의 접촉이 이어졌다. 특히 '실탄'을 장전한 채로 투자 대상을 물색하는 PEF들의 관심이 뜨거웠다. 막판까지 국내외 PEF들이 경합을 벌였다.

걸림돌도 있었다. 코로나19의 영향이 얼마나 갈 지 예측할 수 없다는 불확실성 때문이다. 상당수 PEF는 협상을 시도하다가 매매 대상인 사업부의 가치를 정확히 가늠(밸류에이션)하기가 어렵다는 이유로 중도에 포기했다.



하지만 한앤컴퍼니의 생각은 달랐다. 코로나19가 영원히 항공업을 묶어둘 수는 없으며, 지금이야말로 좋은 매물을 싸게 살 수 있는 때라고 판단했다. 한앤컴퍼니가 선택한 인수 대상 매물은 기내식과 기내면세점 사업부였다.

기내면세점의 물류 흐름은 기내식과 유사하기 때문에 두 사업부를 묶어서 사들이면 시너지가 난다고 본 것이다. 한앤컴퍼니는 인수 조건에 따라 항공운송사업부도 추가로 살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양측의 눈높이가 달라 이 문제에 대한 결론은 아직 나지 않았다.

◆대한항공, 4조원 자금 확보

대한항공이 기내식과 기내 면세점 사업부 매각에 성공하면 대한항공을 둘러싼 유동성 우려는 어느 정도 해소될 전망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국제선 여객 운송이 급감했지만 화물 운송 수요가 늘어나 손실이 상당부분 보전됐고, 정부의 자금 지원과 자구노력 등도 성과를 냈다는 평가다.

대한항공이 올해 채권단 지원 및 자체 자구노력을 통해 확보하는 자금은 약 4조원에 달한다. 지난 4월 비상경제회의 결정에 따라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서 총 1조2000억원을 지원받았고, 지난 2일 열린 기간산업안정기금 운용심의회를 통해 하반기 1조원 자금 지원을 약속받았다. 총 2조2000억원을 공적자금으로 지원받는 셈이다.

이러한 지원의 전제조건은 ‘항공사의 자체적인 자본확충과 경영개선 등 자구노력’이었다. 대한항공은 이에 따라 이달 중 주주배정 유상증자로 1조1587억원을 추가로 확보하기로 했다. 대한항공 지분 29.96%를 보유한 한진칼은 최근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해 지분율만큼(2746억원어치) 유상증자에 참여할 예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내식 사업부 등을 팔아 추가로 1조원 가량을 수혈하면 올해 대한항공이 확보하는 자금은 4조원에 이르게 된다. 최종 매각 가격 및 매각 대상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상당한 자금을 일시불로 받을 수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여객 수요는 급감했지만 화물 항공 수요가 급증하고 단가도 올라서 대한항공의 부족자금 규모가 코로나19 초기에 우려했던 것보다는 많이 줄었다”며 “무급휴가 등으로 직원들이 고통을 분담한 덕분에 비용도 줄어들어 올해를 넘기는 데는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대한항공은 서울 경복궁 옆 송현동 부지와 왕산마리나를 보유한 왕산레저개발 지분 등 추가 자산 매각도 진행 중이다. 다만 서울 송현동 부지 매각으로 5000억원 이상을 확보하려던 계획은 서울시가 해당 부지를 공원화하겠다고 밝히면서 매각이 사실상 중단됐다. 서울시는 해당 부지를 4671억원에 사주겠다고 했으나 대금을 2년간 분할지급할 예정이어서 당장 올해 유동성 확보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항공은 MRO 사업부 매각 등 추가 자산매각 가능성도 여전히 열어놓고 있다. 하지만 당장 급한 불은 끈 만큼 코로나19와 경제 상황의 호전 여부에 따라 추가 매각 여부가 달라질 전망이다. 다른 채권단 관계자는 ”대한항공의 MRO 사업부를 팔기 위해서는 분사 등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고, 마일리지 사업부는 팔더라도 사실상 대한항공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관계여서 매각하기 쉽지 않은 물건”이라고 평가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