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자랑하기 좋아하는 바람이 해에게 지나가는 나그네 옷 벗기기 내기를 제안합니다. 바람은 나그네의 옷을 벗기려고 바람을 세게 불었지만 그럴수록 나그네는 외투 옷깃을 더욱 부여잡아 실패합니다. 그런데 해는 따뜻한 햇볕으로 나그네가 스스로 옷을 벗게 해서 이겼습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6일 이솝우화 '해와 바람'을 예로들면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정책을 정면비판했다.
안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능력이 없으면 건드리지나 말 것이지 이 정권의 부동산 정책목표는 강남불패인가"라며 "이 정권의 계속된 부동산 정책의 결과가 가진 자에게는 날개를 달아주고, 서민들에게는 피눈물을 쏟게 했다면 누군가는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말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무능인데 고집까지 세다"면서 "능력이 안 되면 고집은 금물이다. 무능과 고집이 만나면 나라가 결딴난다. 더 이상의 변명은 곤란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권은 대한민국의 평균적인 국민들 사정을 너무 모른다"면서 "평생 집 한 채 사는 것이 소원인 분, 가진 거라곤 집 한 채뿐인 분들이 대부분인데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이런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 대표는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의 ‘반포 말고 청주’ 해프닝은 이 정권 핵심 고위공직자들의 위선적인 부동산 인식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라며 "13평 반포 아파트에 온 가족이 같이 살려고 멀쩡한 41평 청주 집 내놓았겠나. 대통령의 복심이 되기보다 똘똘한 한 채를 택한 것이다"라고 진단했다.
이어 "이런 모습을 보는 국민들이 강남 집값을 잡겠다는 정부의 발표를 어떻게 믿을 수 있겠나"라며 "노영민 실장은 부동산과의 전쟁이 한창이던 노무현 대통령 때 반포 아파트를 샀다. 지금까지 7억 원 넘게 올랐다. 문재인 정권에서만 최소 3억 5천만 원이 올랐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부동산 금융정책의 수장인 은성수 금융위원장을 비롯해 박찬운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의 집은, 최고가 기준으로 6개월 새 2억 원 가까이 올랐다"면서 "청년과 서민들은 대출이 잠겨 발을 동동 구르는 사이에, 소득 없이 집 한 채만 가진 어르신들이 밤잠 설치는 사이에, 고위공직자들의 배는 부르다 못해 터질 지경이다"라고 주장했다.
안 대표는 문 대통령을 향해 "대통령 지시도 무시하는 청와대 비서진과 장관들, 지금 당장 해임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대통령 지시를 받들어 강남의 집을 판 검찰총장한테는 벌떼같이 달려들어 그만두라고 하는데, 대놓고 대통령 말을 듣지 않는 장관들은 왜 그대로 두나"라며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겠다는 대통령의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서라면, 내 팔부터, 내 다리부터 잘라내는 엄정함을 보여달라"고 주문했다.
이같은 안 대표의 비판은 "차라리 아무 것도 하지 않는 편이 낫다"고 비판한 미래통합당의 목소리와 궤를 같이 한다.
황규환 통합당 대변인은 "경제부처 수장인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부동산 정책이 실패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정책이 작동하고 있다'고 호언장담했다"면서 "국민 모두 부동산 광풍에 올라타라고 만든 정책이라면 잘 작동하고 있는 것이 맞을 것이다"라고 비꼬았다.
이어 "정책 발표마다 ‘집값을 잡겠다’고 하지 않았던가. 21개의 대책을 내놓는 동안 정부가 잡은 것이 무엇인가"라며 "얼마 전 시민 단체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문 정부 이후 아파트 값만 52%나 상승했다. 정부가 잡았다고 자신하는 것은 집값이 아니라 평범한 국민들의 '내 집 마련' 꿈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래놓고서는 청와대 참모들은 여전히 다주택을 유지하며 버티고 있으니, 이것이 대통령이 힘주어 역설한 '평등한 경제'인가"라며 "앞으로 발표될 22번째 대책으로 또 다른 규제 폭탄을 예고한 정부다. 차라리 손 떼시라. 정부의 '마이너스의 손'보다는,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않는 편이 낫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더불어민주당은 다주택자 및 법인에 대한 종합부동산세율 강화 카드를 꺼내 들며 사실상 부동산 투기와의 전면전을 선포했다.
6·17 대책에 이어 후속 조치를 공언했음에도 부동산 시장이 좀처럼 안정되지 않는 것은 물론 민심 이반 현상마저 나타난 데 따른 것이다. '밀리면 끝장'이라는 위기의식을 반영한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