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등록금 환불과 관련해 대학들에 1000억원의 예산을 간접 지원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대학에 원격수업 개선 및 방역비용을 지원해주는 대신 대학이 각자 등록금 환급에 대한 방안을 마련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예산이 기존 1950억원보다 절반 가량 쪼그라들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교육부는 6일 기자단 정례브리핑에서 이러한 내용을 담은 대학긴급지원방안을 밝혔다. 교육부는 지난 3일 국회를 통과한 제3회 추가경정예산안에서 1000억원의 대학긴급지원예산을 확보해 코로나19 관련 지원에 쓸 방침이다. 기존 교육부가 추진하던 대학혁신지원사업에서 ‘대학비대면교육 긴급지원’ 명목으로 일반대에 760억원, 전문대에 240억원을 배정했다. 지원범위는 원격수업 개선, 방역지원, 기자재 구입, 교육환경 개선 등 4개 영역이다.
명목상 비대면교육 지원이지만, 사실상 간접적인 등록금 반환 지원이다. 대학이 정부 지원금으로 원격수업이나 기자재 등에 투자해 교비를 아끼면 학교는 이를 바탕으로 특별장학금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특별예산을 지원할 대학을 △대학의 재정상황 △대학들의 등록금 반환 자구노력 △특별장학금 지원 실적 등을 고려해 선정하겠다는 방침이다.
교육부는 기존 대학혁신지원사업의 자율협약형 지원(Ⅰ유형), 역량강화형 지원(Ⅱ 유형)외에 새 유형을 추가해 대학들의 신청을 받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세부적인 지원계획과 지원대상 선정 기준은 늦어도 이달 말까지 확립한다는 방침이다. 대학혁신지원사업은 정부가 대학의 혁신 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한 연구·개발(R&D) 관련 인건비 △장학금 △교육·연구 프로그램 개발 운영비 △교육·연구 환경 개선비 △실험실습 기자재 구입 운영비 △기타사업 운영경비 등에 예산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그러나 예산이 당초 교육부가 편성했던 1951억원에서 절반가량 줄어들어 대학 당 지원금액도 크게 줄어들었다. 올해 기준 국내 4년제 일반대학은 196개교, 전문대는 135개교다. 단순 계산하면 대학 당 지원액이 3억원 수준에 그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교육부가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여부보다 대학 재정상황이나 등록금 반환의사를 먼저 고려해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형평성 논란도 불거질 수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형평성 문제를 고려해 상세한 지원계획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교육부가 이 같은 지원계획을 밝히면서 대학에 등록금을 반환하라는 학생들의 압박도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 관계자는 “등록금 반환 여부는 대학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사항”이라며 “정부가 대학생들에게 직접 현금을 지원할 수 없는 만큼 대학에 지원을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