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KIC-농협중앙회 조인트 벤처, 양사 출자 비율과 주요 투자처는?

입력 2020-07-06 14:07
≪이 기사는 07월03일(06:51)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국부펀드인 한국투자공사(KIC)와 농협중앙회가 합작법인(Joint Venture·조인트 벤처)을 설립해 함께 해외 대체투자에 나선다. KIC가 갖고 있는 해외 자산운용업계 네트워크를 활용해 농협중앙회의 해외 대체투자 비중을 늘려나가겠다는 계획이다.

합작법인이 양호한 수익을 낼 경우 국내 중소형 연기금·공제회에게 해외 대체투자 시장을 개척하는 새로운 모델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IC와 농협중앙회가 해외 대체투자를 위해 설립하는 조인트 벤처 조성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 양사의 내부 승인 절차가 마무리되는 이달 중순께 조인트 벤처 설립이 공식 발표될 예정이다. 양사는 지난해 말 MOU(양해각서)를 체결한 후 합작법인 설립을 준비했다.

새롭게 설립되는 조인트 벤처의 자본금은 KIC와 농협중앙회가 각각 3대 1의 비율로 출자한다. 신설 법인은 해외 대체투자 영역 중에서도 주로 사모주식 펀드(Private Equity Fund·PEF)에 투자를 집중할 방침이다. 해외 자산운용사가 조인트 벤처에 사모주식 투자를 제안할 경우 KIC와 농협중앙회가 함께 투자 여부를 검토한 뒤 투자금을 출자하는 방식이다.



KIC 관계자는 “해외 자산운용사가 유망 투자처에 대한 투자를 KIC에 제안하면 이중 일부에 대해 농협중앙회와 함께 세운 합작법인을 통해 투자하는 방식”이라며 “이 같은 이유 때문에 KIC의 지분이 많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번 조인트 벤처 설립은 국부펀드로 설립돼 지난 15년간 해외 투자에만 집중해온 KIC의 역량과 신규 수익 창출을 위해 해외 대체투자 비중을 높이기를 원하는 농협중앙회의 필요가 맞아떨어지면서 이뤄졌다.

박학주 농협중앙회 운용본부장(CIO)은 지난 1일 KIC 창립 15주년 기념 세미나에 패널로 참석해 “투자자금은 늘어나는데 투자 대상은 한정돼 있어 딜 소싱이 굉장히 중요해지고 있다”며 “해외 유망 투자처 딜에 참여할 기회는 국내 기관에 전달되지 않아 KIC와 손잡고 뛰어난 글로벌 네트워크 능력을 공유하길 원했다”고 설명했다.

연기금과 공제회, 보험사 등 국내 출자자(LP·Limited Parter) 중에선 이전부터 KIC와 협력해 해외 대체투자 시장에 진출하고 싶어 하는 기관들이 적지 않았다. 특히 자체 운용·투자심의 인력과 해외 네트워크가 부족한 중소형 LP 중에서는 국부펀드인 KIC에게 투자금을 위탁 운용하고 싶어 하는 기관이 적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공사인 KIC는 설립 근거법인 한국투자공사법에 따라 자금을 수탁받아 운용할 수 있는 기관이 제한돼 있었다. 현재 KIC에 자산을 위탁할 수 있는 곳은 한국은행, 기획재정부,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4개 기관에 불과하다.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은 자체 해외 투자 역량과 네트워크가 탄탄해 지금껏 KIC에 투자금을 출자하지 않았다.

2005년 한국은행의 외환보유액과 기획재정부의 외국환평형기금을 바탕으로 설립된 KIC는 지속적인 투자를 바탕으로 출자금 1081억달러(약 130조원)을 지난해 말 기준 1573억달러(약 189조원)까지 불리며 세계 14위 규모 국부펀드로 성장했다.

KIC가 성장함에 따라 중소형 LP 기관을 중심으로 한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국가기금을 바탕으로 성장한 KIC가 그동안 쌓아온 전문 지식과 네트워크를 국내 투자가들과 공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져왔다.

KIC가 이번에 합작법인을 신설하는 방식으로 농협중앙회의 자금을 공급받은 건 이 방식이 현행 한국투자공사법의 제약을 피하면서 국내 기관투자가의 자금을 공급받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합작법인이 설립되면 농협중앙회는 KIC에 투자금을 출자한 사실상 첫 번째 민간 기관 투자가가 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KIC와 농협중앙회의 조인트 벤처 설립이 어떤 투자 성과를 낼지 벌써부터 관심이 높다. 조인트 벤처가 높은 투자 수익률을 거둘 경우 KIC와의 합작법인 설립이 중소형 연기금·공제회에게 위험부담을 줄이면서 해외 대체투자 시장에 진출하는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희남 KIC 사장은 “지난해 말 농협중앙회 측의 제의를 받고 해외 대체투자를 함께하는 조인트 벤처 설립을 추진하게 됐다”며 “이번 합작법인 설립을 통해 국부펀드인 KIC가 한국 금융산업의 발전을 이끄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홍선표 기자 rick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