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7월02일(10:24)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상장 기업들의 공모 메자닌(Mezzanine) 발행이 잇따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차입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자금조달 창구로써 메자닌에 관심을 돌린 결과다. 유동성 부족 위기를 넘기려는 대기업그룹 계열사들까지 동참하면서 올해 시장 규모는 작년의 두 배를 크게 웃돌 전망이다.
2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6월 말까지 모두 다섯 건, 3150억원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또는 전환사채(CB)가 공모 발행을 마쳤다. 현재 공모 절차를 진행 중인 한진칼(BW 3000억원), 디오스텍(BW 300억원), 체리부로(BW 150억원) 등을 합치면 올해 들어 발행을 확정한 금액은 7000억원에 육박한다. 작년 메자닌 공모 발행 총액은 2900억원의 두 배를 크게 웃도는 규모다.
CB와 BW는 미리 정해 둔 가격에 투자금액을 주식으로 바꾸거나, 새 주식을 매수할 권리를 갖는 회사채다. 주식과 채권의 중간 성격 상품으로 1층과 2층 사이에 있는 라운지에 빗대 메자닌이라고 부른다. 통상 신용등급이 낮아 회사채를 발행하기 어려운 코스닥시장 상장사가 많이 활용하는 자금 조달 수단이다.
대기업들의 발행 가세로 일반 투자자들의 관심도 높아지는 추세다. 지난 6월 현대로템의 CB(총 2400억원 발행) 일반 청약에는 무려 8조원의 자금이 모였다. 한진칼은 이날까지 이틀 간 3000억원어치 BW 일반공모 발행을 위한 청약 신청을 받는다. 작년의 경우 모두 11건의 메자닌 공모가 있었지만 건당 1000억원을 넘는 대규모 발행은 전무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일반 회사채 발행이 어려워진 대기업이 추가로 메자닌 발행을 선택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현대로템과 한진칼도 낮은 신용등급(각각 ‘BBB+’, ‘BBB’) 탓에 일반 회사채 투자수요를 모으기 어렵자 메자닌 발행으로 선회한 사례다.
주로 사모 방식으로 발행하는 코스닥 상장사들의 소규모 메자닌도 흥행을 이어갈 전망이다. 올 상반기에만 국내 상장사 가운데 90여곳이 자금 조달 관련 정관 변경을 마쳤다. 이중 상당수는 CB와 BW 발행 한도를 확대했다. 한 코스닥 상장사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에 대비해 자금 조달 창구를 확대하려는 목적”이라고 한도를 늘린 배경을 설명했다.
김은정/이태호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