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독일 산업계와의 포괄적 협력 서둘러야

입력 2020-07-04 10:00
수정 2021-12-31 09:02
한 달 뒤(8월4일)가 되면 예고된 대로 일본제철의 국내 재산을 강제 매각, 현금화해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지급하는 절차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일본 정부는 반발해 작년의 부분적 대한(對韓) 무역제한 조치에 더해 한층 강력한 경제보복 조치를 취해올 것이다.

일본의 보복 조치로는 기존 무역제한 조치를 보다 광범위하고 강력하게 적용하고, 한국에 진출해 있는 일본 자본을 인출해가는 등의 방법이 예상된다. 한국 경제에 가장 강력한 타격을 줄 수 있는 것은 역시 무역제한으로 생각된다.

한국에 들어와 있는 일본 자본은 액수가 그다지 크지 않을 뿐더러 한국도 자본부족에 시달리는 상태는 아니다. 일본의 자본 진출 목적 자체가 자국보다 금리가 높은 한국에서 보다 높은 이익을 실현하기 위해서다. 따라서 한국에서의 자본 인출이 큰 위협이 되리라고는 보지 않는다. 여타 보복 수단들도 한국 경제에 결정적 타격을 줄 것으로 생각되지는 않는다. 일본이 공세를 가하면 한국도 역공을 펼 여지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통상의 경우는 다르다. 지난해 일본이 무역제한 조치를 가해왔을 때 한국의 관련 기업들이 적지 않은 혼란을 겪었던 게 사실이다. 해당 기업들과 정부의 발 빠른 대처가 있었고, 일본 통상 당국도 예상보다는 엄격한 정책집행을 하지 않아 큰 혼란 없이 해결된 바 있다. 하지만 분명한 점은 한·일 간에는 여전히 기술격차가 있으며 한국의 중요 산업화 과정에서 일본의 생산시설과 소재, 핵심 부품을 꾸준히 활용해왔다는 것이다.

일본이 일거에 대한 수출 억제정책을 채택할 경우 한국 산업, 특히 수출산업에 적지 않은 혼란과 차질을 야기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물론 우리뿐 아니라 일본도 보복 정책으로 인해 가뜩이나 불황을 겪고 있는 기업들 경영이 더욱 악화될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단기적·중기적으로는 한국 기업에 더 큰 피해가 돌아갈 것이다.

일본 내 국민적 감정도 좋지 않다. 청구권 자금으로 식민 통치에 대한 한국의 피해를 청산했다고 생각해왔는데, 한국이 추가로 강제징용 피해자 보상을 요구한다고 인식하는 듯하다. 지지율이 급락한 아베 정권으로서는 지지율 회복을 위해 대한 강경책을 채택할 가능성이 있다.

어쨌든 일본이 무역제한 정책을 통해 한국 산업의 급소를 광범위하게 공격해올 경우 한국경제는 단기적·중기적으로는 심대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어 대응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중요 생산설비나 소재, 핵심부품에서는 한일 간 기술격차가 존재하며, 이 격차는 자체 연구개발(R&D) 활동만으로는 쉽게 극복하기 어렵다. 제품의 가격경쟁력까지 확보하기는 더욱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현재로선 이 격차를 극복하는 가장 합리적 방책은 기술격차가 크지 않거나 경제성 확보가 가능한 품목 중심으로 국내 육성책을 적극 추진하면서도, 일본 못지않은 기술을 보유한 독일 산업계와 모든 관련 기술 분야에 걸쳐 체계적이고 치밀한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독일의 기술력과 산업경쟁력은 정평이 나 있다. 개별 접근이 아닌 전 산업 차원(레벨)에서 한·독 산업협력에 요구되는 일련의 필요요건을 철저히 점검, 협력관계를 구축하면 일본의 통상제한 조치에서 발생하는 공백을 상당 부분 메울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이 이러한 정책을 가시적으로 추진하면 일본도 대한 무역제한 조치를 채택하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다.

미·중 무역전쟁과 코로나19 사태 발생이라는 미증유의 통상 환경에 더해 한일 갈등으로 초래된 한국 통상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활로로서 한·독 경제협력 강화는 하나의 강력한 포석이 될 것이다. 차제에 독일 산업계와 상호 이익을 창출할 포괄적 협력방안의 심도 있는 논의를 시작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