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동통신사에 저렴한 요금을 출시하게 하는 법안인 '보편요금제' 도입을 재추진하면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이미 지난달 시장 자율경쟁 저하를 이유로 통신요금 인가제를 폐지했는데 또다시 정부가 요금 규제를 시도하는 모양새로 흘러가고 있어서다. 업계에선 "강제적인 요금 인하 정책으로 오히려 서비스 경쟁이 위축될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3일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월 2만원대의 보편요금제 도입 근거 마련을 위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는 2018년 20대 국회 때 업계 반발 등으로 제때 처리 못해 폐기된 법안을 재발의하는 것이다.
보편요금제는 2017년 6월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의 후속 조치로 내놓은 정책이다. 통신사에 상관없이 월 2만원에 데이터 1GB, 음성통화 200분, 문자 무제한으로 제공하는 요금제를 시장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이 의무 출시하게 하게 했다. 2년마다 과기부가 데이터 제공량과 요금 수준을 결정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 법안은 사회적 논의 단계부터 진통이 컸다. 녹색소비자연대, 서울YMCA 등 시민단체들은 이용자들의 통신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도입을 찬성했지만, 이통 3사와 알뜰폰 업계는 정부의 과도한 시장개입과 경영악화 등을 이유로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법안은 20대 국회 문턱을 넘은 뒤 당시 이통사가 보편요금제에 준하는 3만원대 LTE 저가 요금제를 출시하면서 추진 동력을 잃었다. 이후 임시국회에서도 다뤄지지 않으면서 끝내 폐기됐다.
통신업계는 정부의 보편요금제 도입 재추진으로 고민이 깊다. 이미 통신요금의 25%를 할인하는 선택약정제도를 제공하고 있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로 방문객 감소, 이에 따른 마케팅 경쟁 심화 등으로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5G(5세대 통신) 상용화로 관련 시설 투자 부담이 큰 상황에서 보편요금제 도입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지적이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현행 5G 요금제도 사업적 측면에서 회수 단계가 아니라 수익이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오히려 5G 시설 구축에 조(兆) 단위를 투자해야 해 보편요금제 도입은 아직 이르다"라고 밝혔다.
또 정부가 이미 시장 자율경쟁 저하 등을 이유로 휴대폰 요금을 인가하는 통신요금 인가제를 폐지했는데, 또다시 요금 규제에 나서는 것은 그동안의 행보에 배치된다는 주장이다. 지난달 20일 국회는 1991년 도입이후 29년 만에 통신요금 인가제를 폐지하고 대신 유보신고제를 도입했다.
통신요금 인가제는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과도한 요금인상 또는 약탈적 요금인하를 방지하고 후발사업자 보호를 위해 1위 사업자 요금을 정부가 인가하는 제도다. 하지만 오히려 자유로운 경쟁을 막고 담합을 조정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폐지됐다. 대신 요금제 출시 이후 신고를 통해 15일간 심사를 거쳐 문제시 반려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하는 유보신고제 채택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통신요금을 강제하는 것은 시장경쟁 체제에 맞지 않은 아주 위험한 발상"이라면서 "통신사가 공기업도 아닌데 요금 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하고, 특히 알뜰폰 업계는 가격 경쟁력을 잃게 돼 타격이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