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있었던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재판은 한마디로 '혼돈의 증인석'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오후 4시 30분부터 진행된 동양대 관계자들의 증인신문에서 증인들의 말이 정반대로 엇갈렸습니다.
강사 휴게실에 있던 컴퓨터, 그리고 조교 김씨의 증언이 중요한 이유는 그간 정 교수 측이 김씨로부터 검찰이 넘겨받은 컴퓨터가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고 주장해왔기 때문입니다.
변호인들은 김씨가 해당 컴퓨터를 임의제출할 권한이 없는 사람인데도 검찰이 적법절차를 거치지 않은채 넘겨받았다고 주장했습니다. 문제가 된 컴퓨터에는 최성해 동양대 총장의 직인 파일 등 주요 증거가 담겨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는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습니다.
이날 동양대 조교 김모씨는 검찰이 강사 휴게실에서 컴퓨터를 가져가던 날 본인에게 "얘 징계줘야겠네. 관리자가 관리도 못하고"라고 압박했다고 증언했지만 바로 뒤이어 증인석에 앉은 동양대 행정지원처장 정모씨는 "그런 말을 들은 기억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김모씨는 울먹이며 "(정씨의 증언이) 제 기억과 다 다르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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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2019년 9월 10일 동양대 강사 휴게실에 있던 컴퓨터를 임의제출 받을 때 현장에 있었던 조교 김모씨, 그리고 그날 같이 있었던 행정지원처장 정모씨에 대한 증인신문은 지난 3월 이미 한차례 이뤄졌습니다. 하지만 증인신문 이후 김씨가 한 유튜버와 인터뷰를 하면서 조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검찰의 압박이 있었다는 취지로 말해 재판부는 이들을 다시 법정으로 부르기로 결정했습니다.
김씨는 유튜버와의 인터뷰에서 "검찰이 불러주는 대로 조서가 작성됐다"고 말했습니다. 김씨는 조서를 작성하던 중 검찰에 "컴퓨터 본체를 제가 가지고 있던 것이 아니라 그냥 그 장소(휴게실)에 있던 것"이라며 "제가 가지고 있었다고 조서에 쓰면 안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검찰은 "네가 관리하던 휴게실에 있었으니까 네가 가지고 있던 것이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이후 조서를 본 김씨가 "'아' 다르고 '어' 다른데 이렇게 쓰면 나한테 문제가 될 것 같다"고 하자 검찰이 "얘 징계줘야 되겠네. 관리자가 관리도 못하고"라고 말했다는 게 김씨의 주장입니다.
<실제 7월 2일 법정에서 이뤄진 김씨 증인신문>
▶정 교수 측 변호인 : 증인, 지난번 증언 때 언급한 '사건'이란 검사가 증인에게 "얘 징계줘야되겠네, 관리자가 관리 못하고"라고 말해 증인이 겁을 먹고 시키는대로 할 수 밖에 없었다는 거죠?
▶김씨 : 징계를 준다고 해서 '아, 나 이러다 징계받겠구나'고 해서 불러주는대로 썼습니다.
▶정 교수 측 변호인 : 증인은 "강사실 컴퓨터와 관련해 전임자에게 구두로만 설명을 들었는데 검찰이 '인수인계'라고 쓰라고 해서 그렇게 썼다", "제가 (컴퓨터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고 그냥 장소에 있었던 것", "'아' 다르고 '어' 다른데 나한테 문제가 생길 것 같다"고 말한 적 있죠?
▶김씨 : 네 맞습니다.
▶정 교수 측 변호인 : 이 말은 결국 진술서 기재 내용 중에 인수인계 받았다는 부분, (컴퓨터를) 가지고 있었다는 부분 등은 그렇게 진술 안했는데 현장에서 검찰이 불러줘서 그렇게 작성했다는 거죠?
▶김씨 : 네
▶검사 : 증인이 유튜버와 한 인터뷰 내용 보면 증인이 "'아' 다르고 '어' 다른데 이렇게 쓰면 문제생길 것 같다"고 하자 검사가 "징계줘야겠네"라고 해서 화났다는 거고 그때 분위기가 안 좋았다는 거죠?
▶김씨 : 네. 그 때 처장님 (정씨)도 "아 애한테 왜그러냐, 열심히 하는 애인데 그러지 마라"고 말했습니다.
김씨는 또 지난해 9월 10일 임의제출이 아닌 '압수수색'이 이뤄진 것으로 알았다고도 말했습니다. 일주일 전인 9월 3일엔 압수수색이 이뤄졌는데 그날처럼 10일에도 압수수색이 이뤄진 줄 알았다는 취지였습니다. 행정처장인 정씨에게 "오늘 압수수색 하는 것이냐"고 따로 물었는데 정씨가 답을 해주지 않았다고도 말했습니다.
<다시 7월 2일 법정에서 이뤄진 김씨 증인신문>
▶재판부 : 당시에 임의제출 동의서에 본인이 서명하고 날인했을텐데 그럼 동의서 쓸때부터 임의제출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김씨 : 네
▶재판부 : 압수랑 임의제출에는 차이가 있잖아요.
▶김씨 : 그 당시엔 솔직히 정신이 없었어서
▶재판부 : 지금은 이해해요?
▶김씨 :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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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김씨 바로 뒷순서로 증인석에 앉은 동양대 행정지원처장 정모씨는 정반대의 증언을 했습니다.
<7월 2일 법정에서 이뤄진 정씨 증인신문>
▶검사 : 김씨에 따르면 김씨가 "'아' 다르고 '어' 다른데 이렇게 쓰면 안된다"고 하자 검찰이 "징계줘야겠네"라고 말했고 이때 증인이 옆에서 "아 그러지 마세요"라고 했다던데 이말 기억하시나요?
▶정씨 : 솔직히 기억나지 않습니다.
▶검사 : 조교 김씨의 말에 의하면 진술서 작성 과정에서 징계 이야기 때문에 분위기가 안 좋아졌다고 하는데 증인이 느끼기에는 강압적인 분위기라고 느꼈나요?
▶정씨 : 아니요 저는 뭐 그렇게 느낀 적이 한번도 없습니다. 당시에 수사관, 검사님들이 굉장히 잘해주셨고 커피도 타 드리고 분위기가 좋았습니다.
▶정 교수 측 변호인 : 당시 진술서를 작성할 때 조교 김씨가 '아'다르고 '어' 다르다 관련 내용 말했던거 기억 납니까?
▶정씨 : 전혀 기억이 없어요
▶정 교수 측 변호인 : 김 조교는 "오늘 이게 압수수색하는 것이냐"고 증인에게 물었을 때 따로 답을 안했다고 하던데요?
▶정씨 : 제가 답을 안했다고요?
▶정 교수 측 변호인 : 김 조교가 "오늘 압수수색하는 것이냐"는 질문 들은 적 있어요?
▶정씨 : 없습니다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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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정씨의 증인신문이 진행되는 동안 김씨도 정씨 뒷편에서 자리를 지키게 했습니다. 정씨의 증언이 김씨의 증언과 엇갈리자 재판부는 다시 김씨에게 마이크를 건넸습니다.
<7월 2일 법정 발언>
▶재판부 : 김00씨, 이야기 다 하고 가야 해요. 저번에 못다한 이야기가 있어서 (유튜버와) 인터뷰 했죠. 그런거 있으면 안돼요. 정씨 이야기 중 본인 기억과 다른 것이 있으면 이야기 해보세요
▶김씨 : 하...(울먹이면서) 다 다릅니다.
▶재판부 : 어떤 부분이 다른지 구체적으로 이야기해주세요
▶김씨 : 징계줘야겠다 그 부분 못들었다는 것도 다르고요, 그냥 다 달라요
▶재판부 : 어 그렇게 이야기 하면 안돼요
▶김씨 : 인터뷰해서 그렇게 이야기하는 것 같은데요. 근데 그 일 진짜 있었거든요.
그러자 재판부는 왜 지난 3월 증인신문 때 이야기를 하지 않고 나중에 유튜버와 인터뷰를 했는지 물어봤습니다.
<7월 2일 법정 발언>
▶재판부 : 그럼 그때 왜 이야기 안했어요? 그래서 지금 두번 고생하고 있잖아요. 그때 왜 이야기 안했어요? 누가 못하게 막았어요?
▶김씨 : 아니요.
▶재판부 : 그럼 왜 안했어요?
▶김씨 : 안 물어보셨다고 생각해서…그리고 더 이상 말하면 큰일나겠구나 생각했습니다
▶재판부 : 무슨 큰일이 있을 것 같았어요?
▶김씨 : 아 이거까지 이야기하면 더 진짜 큰소리 나겠구나, 그리고 나는 말 그대로 잘리겠구나, 학교에 누가 됐으니 징계 받겠구나 생각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재판부는 김씨에게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7월 2일 법정 발언>
▶재판부 : 한 번도 오기 힘든데 두 번 오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두 번 증언하게된 게 증인이 뭘 잘못해서 그런게 아니에요. 저희가 뭘 더 확인하고 싶어서 그런거니까 너무 이 일 때문에 충격받고 그러지 마세요. 그리고 증언하고 나서 다른 사람들한테 뭐 더 이야기하면 본인만 더 힘들어요. 이 사건은 잊고 일상으로 돌아가야지 계속 얘기하면 본인만 이용당할 수 있어요. 아시겠어요?
▶김씨 : 네
정씨는 마지막으로 할 말이 없냐는 재판부 질문에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지금 앞에 계신 정경심 교수님뿐만 아니라 재판장님, 검사님, 변호사님 전부 고생하시는데요. 저도 힘듭니다. 저희 학교도 이 사건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많은 일들을 겪고 있는데 빨리 마무리 됐으면 좋겠어요. 근데 저는 정 교수님이 왜 이 사건을 자꾸 분란으로 만드는지 안타깝습니다. 표창장 원본만 내놓으시면 이 논란이 사그러들텐데…"
이에 재판부는 "그건 저희가 판단합니다"고 단호히 말했습니다.
이날 재판에선 유난히 방청석에서 탄성이 자주 흘러나왔습니다. 핵심 증거를 둘러싼 두 증인의 증언이 첨예하게 달랐기 때문입니다. 자녀 입시비리 의혹과 관련된 증인신문이 이어질 정 교수의 다음 재판은 오는 16일로 예정돼있습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