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이 ‘검언유착 의혹’ 수사와 관련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발동한 수사지휘를 수용할지 여부를 놓고 장고에 들어갔다. 이르면 주말, 늦으면 내주 초 최종 결심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윤 총장이 의견 수렴을 위해 소집한 3일 전국 검사장 회의에서는 참석자 다수가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를 수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안팎에서도 윤 총장이 추 장관의 수사지휘 내용을 고스란히 수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추 장관은 “검찰 내부에서 주장한 특임검사는 이미 때늦은 주장”이라며 ‘지시 그대로의 이행’을 재차 압박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수사팀에 수사를 맡기고 윤 총장은 결과만 보고받으라는 것이다. 하지만 검사장들은 ‘부당한 개입’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했다.검사장들, 수사권 지휘에 강력 반발이날 대검찰청에서 열린 전국 고검장 및 검사장들의 릴레이 회의는 9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다소 무겁고 엄중한 분위기 속에서도 참석자들은 활발히 의견을 냈으며, 윤 총장도 회의에 참석해 이를 경청했다고 대검 측은 전했다. 오후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검사장들이 회의를 했다. 윤 총장은 오후 회의 땐 인사말만 하고 퇴장했다. 이날 회의는 예정된 시간을 넘긴 오후 6시50분께 종료됐다. 이번 사건을 두고 윤 총장과 갈등을 빚고 있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대검 요청에 따라 불참했다.
회의에선 추 장관 지시가 검찰청법에 명시된 검찰총장의 지휘권을 무력화시키는 부당한 지휘인 만큼 윤 총장이 수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현직 검사장은 이날 회의에 앞서 “검찰이 위법 수사를 하거나 무리한 압수수색 등 수사권을 남용할 때 장관이 지휘권을 행사해 제동을 걸라는 게 법 취지”라며 “지금은 오히려 윤 총장이 전문수사자문단의 의견을 구하며 신중히 수사하겠다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검찰 내부에선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독립적으로 수사한 뒤 결과만을 검찰총장에게 보고하도록 한 추 장관의 두 번째 지시 사항에 대한 성토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한 현직 검사는 “검찰총장은 수사지휘권과 어느 검사에게 사건을 배당할지 결정할 권한(직무이전권)을 갖는다”며 “법무부 장관이 수사팀까지 콕 집어주고, 특정 수사에 한해 총장을 배제하는 것은 위법한 지휘”라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검사들이 입 다물고 강 건너 불구경한다면 검찰은 죽은 조직”이라며 격한 표현을 쏟아낸 검사도 있었다.
윤 총장은 주말이나 다음주 월요일에 회의 결과를 보고받고, 이를 바탕으로 공식 의견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선 윤 총장이 검사들 의견을 받아들여 추 장관에게 지휘 수정을 요청하거나 이의제기를 하는 등 초강수를 던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윤 총장은 구체적 수사 사안에 대해 법무부 장관이 검찰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선례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라도, 추 장관의 지시를 따르지 않는 게 본인의 역할이라고 볼 것”이라고 했다. 검찰 내에서는 윤 총장이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을 거부하더라도 먼저 사퇴서를 던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추미애, 지휘 이행 재차 압박추 장관은 이날 “(수사팀에 의해) 이미 상당한 정도로 관련 수사가 진행됐다”며 “일각에서 주장하는 수사팀 교체나 제3의 특임검사 주장은 이미 때늦은 것으로 그 명분과 필요성이 없음은 물론 장관 지시에 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기존 중앙지검 수사팀에 수사를 맡기고 총장은 보고만 받으라”는 지휘권 내용을 분명히 하고, 윤 총장이 특임검사를 지명해 이번 수사를 맡기는 식으로 제3의 제안을 꺼내들 가능성을 원천 차단한 것이다. 법무부는 윤 총장이 장관의 지휘권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징계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인혁/안효주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