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인물] MLB 최초 '영구 결번'…헨리 루 게릭

입력 2020-07-03 17:03
수정 2020-07-04 00:30
천재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이 앓던 병으로 잘 알려진 루게릭병의 정확한 의학 명칭은 ‘근위축성 측삭경화증’이다. 발음조차 어려운 이 병은 어쩌다 루게릭병으로 불리게 됐을까. 바로 20세기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활동한 전설적인 선수 헨리 루 게릭(사진)이 돌연 이 병에 걸려 은퇴하면서다.

1903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난 루 게릭은 1923년 뉴욕 양키스에서 MLB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1939년 은퇴할 때까지 17시즌 동안 통산 타율 0.340이라는 전설적인 성적을 남겼다. 특히 1925년 6월부터 1939년 5월까지 2130경기 연속 출전 기록을 세우며 ‘철마’라는 별명을 얻었다.

루 게릭의 성적은 1939년 돌연 곤두박질쳤다. 시즌 도중 근위축성 측삭경화증 진단을 받은 것이다. 급격한 근력 감소와 밀려오는 피로감에 시달리다 그는 결국 1939년 7월 4일 양키스 구장을 가득 메운 6만 관중 앞에서 은퇴를 발표했다. 이때 그는 외쳤다. “나는 지구에서 가장 운이 좋은 사람입니다.”

팬들에게 끝까지 희망을 전한 루 게릭의 등번호 4번은 양키스 팀의 영구결번으로 지정됐다. MLB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은퇴 2년 만인 1941년 숨진 그가 지금껏 기억되는 이유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