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케미칼과 OCI의 합작사 피앤오(P&O)케미칼이 공식 출범했다. 이 회사는 반도체 제조 공정의 핵심 소재로 꼽히는 고순도 과산화수소를 생산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납품할 계획이다.
3일 화학업계에 따르면 양사는 합작사 이름을 P&O케미칼로 정하고 전날 법인 등기 및 사업자등록을 마쳤다. 회사 지분은 포스코케미칼이 51%, OCI가 49%를 나눠 갖는다. 합작사는 약 1500억원을 투자해 전남 포스코광양제철소 인근 4만2000㎡ 부지에 반도체용 고순도 과산화수소를 연 5만t 생산할 수 있는 규모의 공장을 세울 계획이다. 2022년 생산을 목표로 이달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고순도 과산화수소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의 식각과 세척 공정에 사용된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라인 증설로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 수요가 올해 12만t에서 2026년 20만t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지만 생산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2023년부터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시장은 한솔케미칼이 70~80%를 차지하고 있다. 휘발성이 강한 제품 특성상 운반이 쉽지 않아 전량 국내 생산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대체품을 찾기도 쉽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한솔케미칼의 과산화수소 영업이익률은 통상적인 화학회사 이익률의 네 배 수준인 20%에 달한다”며 “화학소재 중 최고의 알짜 사업으로 꼽힌다”고 말했다.
포스코케미칼과 OCI가 손잡은 것은 두 회사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OCI는 고순도 과산화수소 생산 기술과 판매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포스코케미칼은 철강 부산물인 코크스오븐가스(COG)에서 원재료를 추출하는 기술력을 갖췄다. 양사는 과산화수소 이외에도 철강 공정 부산물을 기반으로 다양한 소재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지난해 4월 양해각서(MOU)를 맺고 △각종 카본소재 원료인 소프트피치 제조 △자동차 등에 사용되는 강화 플라스틱의 중간 소재 파라디클로로벤젠 생산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그동안 태양광 소재 사업에 주력해온 OCI는 합작사 설립을 계기로 고부가가치 소재 사업에 집중할 방침이다. OCI는 올해 초 중국발(發) 공급 과잉으로 국내에서 태양광 폴리실리콘 생산을 중단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