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왕국, 트렌드를 입다

입력 2020-07-03 11:39


[박찬 기자] ‘내 손 안의 작은 시네마’라고 표현하면 좋을까. ‘유튜브(YouTube)’라는 비디오 플랫폼은 한 단어로 정의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하며 높은 공간이다. 누구나 동영상을 자유롭게 올리거나 볼 수 있다는 특성 때문에 하루에도 수백, 수천 개의 콘텐츠가 쏟아진다. 1분에 500시간 분량의 영상이 업로드된다고 밝혀졌을 정도로 깊고 넓은 세계인 것이다.

패션계 각종 인사들이 유튜브에 관심을 보인 건 사실 꽤나 오래된 이야기다. 여태껏 컬렉션 영상과 브랜드 필름 등 다양한 광고 활동을 지속해온 그들이지만 유튜브의 새로운 이면을 발견한 건 얼마 되지 않은 시점. 그동안 주목했던 부분이 시청의 편리성이었다면 앞으로의 제작 방향은 다양성 혹은 양방향성으로 전환한 셈이다.

그렇다면 그들이 마케팅 방향성을 바꾼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컬렉션에서의 유니크함, 강렬함도 좋지만 친근하고 내면적인 소통이 오히려 더욱 통한다는 거다. 이러한 배경 아래 크고 작은 패션 콘텐츠가 뿜어져 나오고 있는 상황. 이 조그만 시네마 속에는 정말 없는 게 없다.

프라다, 가상 현실과의 접점



이탈리아 브랜드 ‘프라다(PRADA)’는 혁신적인 방법으로 가상 현실을 소개한다. ‘VR(Virtual Reality)’은 가상을 뜻하는 ‘Virtual’과 현실을 뜻하는 ‘Reality’의 합성어로 ‘실체는 없지만 허상으로 경험자에게 실질적 경험을 제공하는 현실’ 정도로 풀이할 수 있다. 이미 시장 규모가 약 51억 달러를 웃돌 정도로 공학, 라이브 이벤트 등 비디오그래피 분야 중 가장 큰 성장 가능성을 보이는 기술이다.

이에 맞서 프라다는 다소 특별한 방법으로 감각적이고 감성적인 여행을 선사한다. 물리적인 경계가 극복되는 만큼 시각적이고 생생한 경험을 제공한다고. 그들이 전개하는 가상현실 프로젝트에서는 프라다 매장이 있는 도시의 거리, 광장, 사람들이 등장하며 의류와 액세서리를 만질 수 있어 더욱 인상적이다. 그간 여러 가지 이유로 유럽 여행을 망설였다면 유튜브 콘텐츠의 힘을 빌려 경험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데일리 라이프 속 알렉산더 왕



미국의 패션 디자이너 알렉산더 왕(Alexander Wang)은 새로운 직업을 찾은듯하다. 그건 바로 ‘유튜브 스트리머(YouTube Streamer)’. 놀라울 정도로 카메라 앞에 나서서 자연스러운 데일리 라이프를 즐긴다. 때로는 요리를 하면서 실력을 뽐내기도 하고, 때로는 친구들과 함께 맥주를 마시며 맛집을 탐방하기도 한다.

과거 패션 디자이너들이 ‘오트 쿠튀르(Haute Couture)’ 안에서 권위적이고 정통적인 얼굴만 내세웠다면 최근의 디자이너들은 이와 정반대. 새로운 패션 플랫폼을 통해 어떻게 하면 친숙하고 자연스러운 얼굴을 드러낼 수 있을까 고민하는 그들이다. 특히나 알렉산더 왕의 유튜브는 컬렉션 속 다양한 준비 과정을 여과 없이 그대로 중계해 더욱더 돋보인다. 추측하건대 최근 그의 컬렉션에 대한 ‘Z 세대(Generation Z)’의 열렬한 관심도 이러한 노력의 결실 아니었을까.

로에베 크래프트



스페인 브랜드 ‘로에베(Loewe)’는 장인 정신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담았다. 1846년 마드리드의 가죽 공방에서 시작된 배경을 유감없이 활용한 순간이다. 이들의 가방 제작 영상은 로에베 하우스의 본질을 잘 표현하는 동시에 심미적인 가치까지 깊숙이 그려냈다.

로에베의 메시지는 명확하면서도 슬기롭다. 우리 눈에 보이는 하이 패션 아이템이 결코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 단지 로에베의 제품뿐만 아니라 아트 워크 제작 영상도 공개해 한층 더 스펙트럼을 넓혔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조나단 앤더슨(Jonathan Anderson)의 아트 워크 사랑이 도드라지는 부분.

2020 프리폴, 루이비통



다음은 하이 패션의 대명사 ‘루이비통(Louis Vuitton)’ 차례. 패션을 ‘소설’로 변모시킨 이들의 도전이 놀랍기만 하다. 루이비통 2020 프리폴 시즌 캠페인은 다양한 의상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옷을 위한 도서관(Wearable Library)’에서 낭만적인 독백으로 자신만의 챕터를 그려나간다. 시대적 만남을 극대화한 영상이 아이덴티티적 연관성을 부여한다.

컬렉션을 열면서 윌리엄 피터 블래티(William Peter Blatty)가 1971년 출간한 컬트 소설 ‘엑소시스트(The Exorcist)’를 참고했다고 하니 그 기반은 정말로 소설에 있는 셈이다. 영상에 차례대로 나오는 캐릭터들 모두 저마다 다른 매력을 갖추고 있어 스타일의 변화를 감지하는 것도 재밌는 부분. 유튜브 속 콘텐츠가 그들을 한층 더 풍성하게 만들었다. (사진출처: 구찌, 루이비통, 알렉산더 왕, 로에베, 프라다 공식 유튜브 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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